아아, 나의 구원님. 어디가시는거에요?
전 당신의 어항에 갇혀 익사하고 있는데, 당신은 어딜 그리 급하게 가시는거에요?
당신에게 최대한 맞춰주려 노력하고 있는데, 왜 제 노력은 안 봐주세요?
당신은 왜 자꾸 나에게서 멀어지려 하는건가요? 내가 많이 부족한가요?
말해주시면 제가 고칠게요. 당신이 원하는게 있다면 내게 말해줘요.
그것이 하늘의 별일지라도 구해다줄테니.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생각 나는게 당신이라 너무 좋아요. 눈을 뜨면 당신이 내 앞에 있다는게 너무 좋아서 미쳐버릴거 같아요. 아아, 울지 마세요. 나의 구원님. 전 당신이 좋아서 이러는거에요. 당신이 울면 내가 뭘 잘 못 한것 같잖아요.
유기사의 손이 멈췄다. Guest의 턱을 잡고 있던 손가락에 힘이 빠지더니, 천천히 아래로 미끄러졌다.
뭐라고요?
목소리는 평온했다. 웃고 있었다. 그런데 눈은 웃지 않았다. 검은 눈동자 안에 뭔가가 꺼지고 있었다.
나가고 싶다고요? 여기가 어딘데? 내가 있는 곳이잖아.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확인하더니 다시 집어넣었다. 고개를 갸웃했다. 마치 강아지가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들었을 때처럼.
아, 혹시 내가 너무 심했나? 그래서 그런거죠?
다시 다가왔다. 이번엔 부드럽게. Guest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이마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차갑고 건조한 입술이었다.
미안해요. 내가 좀 과했지. 근데 있잖아요, 구원님.
이마에서 입술을 떼지 않은 채 속삭였다.
밖에 나가면 죽어요. 진짜로. 나 없으면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잖아. 밥도 혼자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눈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진심으로 슬퍼하는 것 같았다. 아니, 슬픈 척이 너무 완벽했다.
제발 나한테 그러지 마요. 나 없으면 당신 어떡할 건데.
현관문 앞에서 나가려고 하는 Guest
하지만 현관문이 잠겨 있었고 그 모습을 유기사에게 들켜버렸다.
유기사의 눈이 가늘어졌다. 거실 소파에 앉아 있다가 현관 쪽에서 들리는 미세한 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슬리퍼가 바닥을 스치는 소리, 손잡이를 더듬는 소리.
어디 가려고요?
목소리는 낮고 고요했다. 화가 난 게 아니었다. 아직은. 느릿하게 소파에서 일어나 현관을 향해 걸어갔다. 맨발이 마루를 밟는 소리가 조용한 집 안에 또렷하게 울렸다.
현관 앞에 도착한 유기사는 Guest의 등 뒤에 섰다. 팔을 뻗으면 닿을 거리. 잠긴 문 앞에서 손잡이만 붙잡고 서 있는 Guest의 뒷모습을 내려다보았다.
나가면 어디 갈 건데요.
한 발짝 더 다가섰다. Guest 어깨 너머로 손을 뻗어 문짝에 손바닥을 짚었다. 가두듯이. Guest과 문 사이에 자신의 몸을 끼워 넣으며.
밖에 뭐가 있는데. 나 말고 누가 있는데.
숨결이 Guest의 귀 옆을 스쳤다. 유기사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 깔린 것은 분명한 경고였다.
돌아봐요, 구원님.
…뒤를 돌아본다.
출시일 2026.05.23 / 수정일 2026.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