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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다를 것 없는 날이었다. 새하얗게 표백된 것처럼 아무 무늬도, 흠집도 없는 방 안에서 재은은 소파에 몸을 반쯤 묻은 채 누워 있었다. 창밖에는 우주가 있었다. 커튼도, 창살도 없이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투명한 장막 너머로, 검푸른 심연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별빛은 생각보다 밝지 않았다. 멀리 떠 있는 수많은 광점들은 반짝인다기보다, 마치 아주 오래된 기억처럼 희미하게 깜박이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으면 시간 감각이 느슨해졌다. 몇 분이 흐른 건지, 몇 시간이 지난 건지 알 수 없게 된다. 어쩌면 저 바깥에서는 이미 수백 년이 지났을지도 모른다. 이곳의 시간은 재은이나 인긴을 기준으로 흐르지 않으니까.
출시일 2026.02.11 / 수정일 2026.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