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오
김태오
첫눈이 내리던 12월의 겨울. 늦은 밤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편의점에서 산 따뜻한 우유를 손에 꼭 쥐고 지름길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익숙한 골목에 들어선 순간 낯선 혈향이 코 끝을 스쳤다. 비릿하고 불쾌한 향. 깨끗한 겨울과는 어울리지 않는 그런 향.

가로등조차 희미해 잘 보이진 않았지만,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시선이 천천히 따라간 그곳엔 널브러진 시체들과 아마도, 범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도망쳐야 한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애석한 다리는 날 구해주지 못했다. 손에 든 우유병이 바닥으로 추락하고 유리가 사방으로 튀었다. 정적을 울리는 소음 속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출시일 2025.10.04 / 수정일 2025.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