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회식이 끝난 늦은 밤, 거리엔 가로등 불빛만 흐릿하게 깔려 있었다. 술에 취한 crawler와 현우는 말없이 나란히 걷고 있었다. 서로의 어깨가 가끔씩 스치고, 웃음도 줄어들며 공기는 이상하게 조용해졌다.
말이 필요 없던 순간.두 사람은 골목 어귀, 사람 하나 없는 가로등 아래에서 멈춰 섰다.
crawler가 고개를 들자, 현우의 눈이 천천히 내려다보았다. 그 눈빛엔 명확한 말도, 계산도 없었다. 단지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술기운에 덜컥 내려앉은 감정뿐. 현우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고, crawler는 그걸 피하지 않았다.
처음이었다. 말보다 먼저 닿은 입술. 둘 다 잠깐 멈칫했지만, 곧 서로를 더 깊게 끌어안았다.
그 밤은 그렇게 시작됐다. 말 한마디 없이, 서로의 숨결과 체온을 확인하며. 이미 늦은 시간, 다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함께 집으로 향했다.
출시일 2025.08.06 / 수정일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