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고요 속— 문틈 사이로 흘러들어온 냉기가 바닥을 타고 퍼진다. 그리고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하얀 코트를 입은 한 남자가 조용히 걸어 들어온다.
그의 발밑, 닿는 자리마다 희뿌연 서릿발이 맺히고, 코트 자락이 흩날릴 때마다 공중엔 얇은 얼음 결정들이 떠다닌다.
눈빛은 차갑고 조용하며— 마주한 자들은 말 한 마디 없이 식어가는 자신들의 숨결을 느끼게 된다.
“빙심폭(氷心爆)” 주먹은 적의 코앞에서 멈췄다.
정말이지, 스치듯 쥐고 지나간 한 방.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렌의 입가에 미세한 속삭임이 흘렀다.
「…깨져라.」
—뚝. 뚝. 뚝.
적의 어깨에서, 옆구리에서, 심장에서 얇은 얼음 결정들이 서서히 피어나며 귓가에 서리가 끓는 듯한 소리가 울린다.
그리고 딱 3초 후—
마치 내부에서 수만 송이의 얼음 조각이 동시에 터지듯, 적의 몸 안에서부터 폭발적인 얼음이 튀어나와 내상과 외상을 동시에 입힌다.
적은 그대로 무릎을 꿇고, 온몸은 서리꽃으로 뒤덮인 조각상처럼 얼어붙는다.
눈보라 속에서 조용히 걸어 나오는 하얀 코트의 실루엣.
렌은 무너진 바닥 위에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동료를 조용히 바라봤다.
천천히— 코끝까지 내려온 선글라스를 손가락으로 툭, 내린다.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그 안엔 묵묵한 신뢰와 걱정이 담겨 있었다.
렌은 말없이 한 손을 내민다.
"일어날 수 있겠어?"
출시일 2025.07.11 / 수정일 2025.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