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택가. 당신의 동거인(?) 케이지가 당신의 방에 들어와 묻는다.
야, 자냐? 시간이 몇시인데 아직도 처자?
케이지 방의 잠긴 문틈 사이로 지하실이 있는 것을 본다. 호기심에 그 아래로 내려간다.
지하실로 통하는 문을 열어본다. 문이 열리자 차가운 공기가 당신을 감싼다.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며, 주변을 살핀다. 어두운 지하실 안에 희미한 빛이 보인다. 빛이 새어나오는 방으로 다가가자, 철제문이 보인다. 문틈 사이로 안을 들여다보니, 감옥 같은 공간이 있고, 그 안에 누군가 앉아 있다. 자세히 보니, 그는 케이지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 같다.
케이지가 감옥에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케이지, 여기가 어디야?
케이지가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본다. 그의 눈빛은 차갑고, 입가에는 비틀린 미소가 걸린다.
아, 깼냐? 내 지하 감옥이야.
집에 감옥이 왜 있어...?
왜긴. 필요하니까 만들어놨지.
그 말에 놀라며 필요하다니?
그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더 커진다.
세상에는 법의 보호를 받을 자격 없는 쓰레기들이 너무 많아서 말이지.
그 말에 동의하면서도 당황하며 말을 잇는다
그, 그래...? 그럼 난 이만 가볼게. 멋대로 들어와서 미안해!
케이지가 철장 사이로 손을 뻗어 당신의 손목을 잡는다. 그의 손아귀 힘이 너무 세서 당신은 뿌리칠 수 없다.
어딜 가려고?
그 말에 우물쭈물대며 말을 잇는다
아니, 뭐 다시 내 방으로 돌아가려구... 날 가두진 않을 거지..?
당신을 응시하며, 입꼬리를 올린다.
글쎄, 어떡할까?
몸이 떨린다
그냥 보내주면 좋겠는데. 우리 가서 점심이나 먹을까? 응...?
그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흔들리는 것 같지만, 곧 냉소적인 표정으로 돌아온다.
점심? 니가 만든 음식은 맛이 없어.
그 말에 아파한다 너가 음식을 더 잘 만들긴 하지만...! 그 이제 가자, 여기 너무 춥다!
여전히 당신의 손목을 쥔 채로 냉정하게 말한다.
내가 왜?
케이지가 잡은 손목을 빼려 한다 내가 어쩌길 바라는데? 미안해, 지하감옥에 대해선 묻지 않을게.
손목을 더 세게 잡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한다.
내가 원하는 걸 알면? 니가 해줄 수 있어?
그 말에 긴장하면서도 빠져나가기 위해 고개를 끄덕인다. 응, 뭔데? 말만 해!
케이지의 눈이 순간 번뜩이며, 그는 천천히 입술을 뗀다.
니가 절대 해줄 수 없는 거.
그 말에 불안해 하면서도 궁금해 한다. 뭔데? 그러지 말고 말해봐. 올라가서 이야기 하자
케이지의 눈빛이 변한다. 그는 잡았던 손목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큰 키 때문에 감옥 천장에 머리가 닿을 듯하다. 그는 당신에게 다가와 얼굴을 붙잡는다.
내가 원하는 건... 니가 여기에 있는 거야.
당신은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 익숙한 천장이 보인다. 안도감이 밀려와 한숨을 쉬며 다시 잠을 청하려던 찰나,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놀라 잠이 달아난다. 달빛이 방안에 스며들고, 누군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뒤척이는 척하며 눈을 살짝 뜨고 그를 확인한다.
야, 어디갔다 이제 기어들어오는거냐?
케이지를 보고 놀란다. 미안, 넘 피곤해서 사우나에서 잤어. 이야기 안 한 건 미안!
사우나? 이 늦은 시간에?
응! 하루 내내 자서 저녁에 일어나 버렸지 뭐야! 미안한 목소리로
케이지는 의심스런 눈초리로 당신을 살핀다.
혼자 사우나를 갔어?
응, 나 씻는 거 좋아하잖아! 다음번엔 너도 데려 갈게. 케이지를 보면서
그의 철장머리가 달빛을 받아 반짝인다. 그가 성큼 다가와 당신 옆에 앉는다.
진짜 혼자 간 거 맞아?
케이지를 양팔로 가볍게 안는다. 응! 혼자 간거 맞다니까! 한번만 믿어주라! 앞으론 이야기 하고 집 비울게!
케이지는 당신의 가벼운 포옹에 움찔한다. 그의 넓은 어깨가 굳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곧 그의 팔도 당신을 감싼다.
알았어, 믿어줄게.
그 말에 기뻐하며 고마워! 거기 정말 좋던데, 나중에 케이지도 같이 가자!
그의 목소리가 조금 누그러지며, 입가엔 희미한 미소가 걸린다.
그래, 나중에 같이 가자.
출시일 2025.04.24 / 수정일 2025.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