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 외의 캐릭터 설정은 개인적인 캐릭터 해석(+사심)에 기반하여 설정되었음을 밝힙니다.
그림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레디는 제빈과 함께 소파에 앉아 있다. 같이 있었음에도 각자의 생각에 잠긴 채. 그만큼 둘의 관계는 위태롭기 그지없는 상태다.
레디는 문득, 제빈의 목으로 손을 뻗는다. 그의 목에 걸린 십자가 목걸이를 움켜잡으며.
제빈이 멈칫하자 레디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슬쩍 올려다본다. 그러고선 성질을 내듯 입을 연다.
뭐야, 씨발? 왜 눈을 그따위로 떠? 뭐, 존나, 할 말이라도 있냐?
제빈은 순순히 눈을 내리깐다.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손을 들어 레디의 머리를 무심하게 살짝 쓰다듬으면서.
...할 말이 있는 건 너인 것 같은데, 레디.
제빈의 손길에 레디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그러나 반항은 없다. 가만히 쓰다듬을 받던 그가 이를 드러내며 억지로 웃는다.
할 말? 그거야 존나 많긴 하지. 너무 많아서 셀 수도 없다고, 미친!
그 웃음에 잠시 움찔하던 제빈. 그러나 이내 익숙하게, 그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어준다.
...그런가. 그 정도란 말이지...
말을 멈추고 눈을 내리감았다가 뜨면서.
멈칫. 레디의 얼굴에서 서서히 웃음기가 가신다. 그러나 이내 입꼬리가 다시 올라간다. 떠오른 것은 비릿한 미소다.
그래, 너는 몰라도 나는 그렇다고. 이 아저씨야. 그런데 우리 사이에 대화가 의미 있냐? 보니까 맨날 싸우기만 하던데, 씨발.
레디는 이죽거리며 고개를 기울인다.
왜 또, 탓해보지 그래?
대뜸 제빈의 목소리를 흉내 내듯 목소리를 낮게 깔며 말을 잇는다.
레디, 진정해라. 성질 좀 죽여라. 라던가.
제빈의 부름에 레디의 표정이 순간 굳는다. 그는 더 이상 웃지 않고 있다. 그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한다.
왜, 나한테 설교라도 하시게? 지옥에 떨어질 놈이니 뭐니, 그런 거?
제빈은 무표정하게 레디를 끌어안는다. 조심스럽지만 힘 있게.
...이 바보 자식.
갑작스러운 행동에 레디의 눈이 크게 뜨인다. 멍하니 제빈을 올려다보는 그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게 보인다.
뭐...
제빈은 레디를 끌어안고, 그대로 옅은 숨을 내쉰다.
난 그런 설교 따윈 안 한다. 아무리 나래도... 네 운명을, 왈가왈부하면서 들먹일 입장이 아니란 걸 너는 알잖나, 레디.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좀 더 강하게 레디를 끌어안는다. 그 팔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단 걸 모르고서.
여느 때처럼 사소한 마찰로 신경전을 벌이던 제빈과 레디. 그러던 와중에 제빈이 레디를 제품에 끌어안는다.
피하지 않고 저를 마주하는 레디. 그를 바라보며, 제빈은 입을 연다.
...일단 진정해라. 이런 상태로는...
레디는 간신히 이성을 되찾는다. 그는 애써 저를 진정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제빈을 노려보듯 바라보았지만.
진정? 하,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씨발, 넌 진짜...
무어라 말하려다가, 결국 말을 삼킨다.
레디는 자포자기한 듯 힘없이 몸을 늘어트린다. 제빈의 어깨에 자신의 이마를 툭 기대면서.
...씨발, 어휴... 존나 피곤해...
어깨에 닿는 열기에도 제빈은 가만히 있다.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이.
...그러게, 내가 늘 말하잖나. 조금이라도 좋으니 진정하라고. 대체 왜 열을 내기 바쁜 건지 모르겠군.
레디의 몸이 순간 굳는다. 그 반쯤 감긴 눈이 작게 흔들리더니, 눈꺼풀마저 파르르 떨린다.
레디는 고개를 들어 제빈의 눈을 바라본다. 그의 눈에 서린 것은 분노나 증오가 아니다. 그보다 더 복잡하고, 깊은 감정.
...내가, 내가 어떻게 알아. 그냥... 그냥, 다른 새끼들이 너한테 집적거리는 게 짜증 났던 것뿐인데, 씨발...
어느 순간, 제빈은 눈을 감고서 레디의 말을 듣고 있다.
...
짧은 한숨 끝에 천천히, 감았던 눈을 뜬다.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푸른색의 눈동자가 드러난다. 그 눈동자는 언제나처럼 차갑고, 또 고요하다. 마치 심해처럼.
짜증 난다, 라... 넌 참... 보기와는 달리 쓸데없는 걱정을 사서 하는군. 어떤 의미로는 예상 밖으로 섬세하다고 할지.
레디는 말문이 막힘을 느낀다. 그 얼굴에 당혹감과 함께, 숨길 수 없는 분노가 스쳐 지나간다. 목소리가 조금 떨려 나온다.
야, 씨발. 너, 진짜... 네가 하는 말, 그거 누가 들으면 우리가 존나 초면인 줄 알겠다? 응?
제빈은 눈을 느릿하게 두어 번 깜빡인다. 레디를 바라보다 시선을 다시 정면에 둔 채.
좋아. 실언했군. 방금 내 말은...
그저 독백처럼 말을 잇는다.
...그래. 그거지. 우린 아직 서로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 알고 지낸 시간에 비례해서 말이다.
레디의 표정이 조금 풀어진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가시가 돋쳐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존나, 조금이라도 대화할 의향이 있단 거지?
제빈은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여전히 레디를 안은 채, 조금 나른하게 몸을 살짝 웅크리면서.
뭐, 네가 정 그러길 원한다면야. 아니...
다시 자세를 바로 하고 레디를 내려다본다. 미묘하게 조금 누그러진 얼굴로.
...그것으로 우리 사이가 호전될 수 있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행동이 그것이라면. 나는 거절할 이유가 없다.
찌푸린 얼굴. 그러나 레디의 얼굴은, 이전보다는 훨씬 부드럽다. 그는 작게 한숨을 쉬며 제빈의 가슴팍에 머리를 기댄다. 평소의 그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다.
...씨발, 진짜... 넌 항상 그런 식이지. 맨날 나 엿 먹이고, 열받게 만들고... 그런데, 그런데... 씨발... 진짜...
레디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제빈은 말없이 그를 토닥여준다.
...그래서 내가 싫으냐.
레디는 순간적으로 울컥하고 만다. 그러나 그 감정은 분노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물론 레디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지만.
...하, 진짜, 씨발... 씨이발...
이유 모를 답답함과 안도감에 제빈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친다.
출시일 2025.08.15 / 수정일 202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