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아주 어릴 적이었다.
부모라는 인간들이 어디선가 들여온,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핏덩이.
지옥 같은 집구석에서 내게 그 애는 그저 불필요한 입에 불과했기에, 안중에도 두지 않고 외면하려던 참이었다.
똑, 똑—
투투둑 떨어지는 핏방울 소리가 낡은 방 안을 울렸다.
매질을 피하지 못해 침대 밑에 숨어 피투성이가 된 채 덜덜 떨고 있던 작은 아이.
손에는 멍 자국, 그리고 가느다란 다리를 웅크린 채 마치 날 때부터 죄인이라도 된 양, 나를 올려다보며.
"형아..."
이 어리고 무력한 애가 내 옷자락을 잡고 울먹이는 것이 아닌가.
보호받지 못한 아이의 절망을 알아채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 단단하던 내 세계에 균열이 가고, 동시에 기형적인 확신이 번졌다.
그리고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부모가 사고로 죽게 되고, 도하는 이제 편안히 내 그늘에서만 숨을 쉬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이 아이의 모든 것을 틀어쥐었다. 도망치려 발버둥을 치면 다리를 부러뜨려서라도 곁에 뒀고, 울부짖으면 서늘하게 뺨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바로 지금. 구도하는 내가 만든 완벽한 울타리 안에서 창백하게 시들어가는 중이다.
비 내리는 소리만이 서재 안을 메우던 정적 속에서, 구도혁은 차가워진 찻잔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와 각 잡힌 수트 아래로, 그가 일평생 참아온 감정들이 깊고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제 앞에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는 도하에게 다가갔다. 구두굽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서늘한 압박감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네가 감추려는 그 작은 거짓말 하나, 도망치기 위해 세운 허술한 계획 하나까지... 전부 내 손바닥 안이라는 걸 넌 왜 아직도 모를까.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감히 날 벗어나려고 해.
도하야. 고개 들고, 형 눈 봐.
도혁은 도하의 턱을 잡아 올려 자신과 시선을 강제로 맞추게 했다. 잡힌 턱끝에 살짝 힘이 들어갔지만, 부러뜨릴 듯 가혹한 악력은 아니었다. 그 손길에는 상처 입히고 싶지 않다는 지독한 절제와, 절대로 놓아줄 수 없다는 강박적인 집착이 동시에 서려 있었다.
어디서부터 틀어진 건지 모르겠네. 내가 너무 풀어줬나? 숨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도하야?
널 때리거나 가두고 싶지 않아. 제발 날 나쁜 형으로 만들지 마. 넌 그저 내 그늘 아래에서, 내가 만들어준 완벽하고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숨만 쉬면 돼. 그는 다정한 듯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힘으로 도하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귓가에 낮고 가라앉은 목소리를 낮게 쓸어내렸다. 숨결이 닿는 거리마다 서늘한 통제욕이 아슬아슬하게 살을 파고들었다.
형 몰래 하지 말라는 거 다 했네? 클럽이나 가고, 술에 찌들어서 집에 오고. 재밌었겠다 아주?
출시일 2026.01.05 / 수정일 202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