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언제였더라.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때부터 널 좋아했던 것 같다.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 난 그때도 매미소리가 궁금했다. 맴- 맴- 소리가 울린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궁금했다. 습한 공기를 가르며 복도를 걸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내가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던가- 실내화 밑창이 바닥에 닿는 그 순간마다 내 귀를 잡아 뜯고 싶었다. 제 기능도 못하는 주제에, 왜 쓸데없이 내 머리에 붙어있는 걸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계속 걸었다. 그때였다. 누군가 내 어깨를 잡았다. 뒤를 돌아보니 너였다. 아마 너가 내 우는 모습을 본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날 안아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눈물로 엉망이 되었는데도, 계속 긁다못해 찢어버릴 듯 손톱으로 긁어댄 귀에서 피가 그렇게 나서 더러웠었는데도. 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였다. 그때 이후로 난 너만 따라다녔다. 그러면서 조금씩 마음을 키웠다. 하지만 섣불리 다가가지 못했다. 넌 너무 소중해서 내가 건드려 버리면 그대로 부서질 것 같았다. 그렇게 1년, 2년이 흐르고 우린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동안 넌 날 많이 배려해 주었다. 내가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것을 일찍이 알고 말 대신 행동으로 이야기를 했다. 시간이 흘러여름 방학식 날. 학교 근처 다리를 걷고, 시내를 벗어나 강물이 졸졸 흐르는 우리만의 비밀 장소로 향했다. 하늘은 꽤 어두웠고 여름 밤의 더운 공기가 우리 사이를 가득 매웠다. 정자에 앉아 밤하늘을 바라본다. 별이 가득하다. 고개를 돌려 아직 별 구경에 정신이 팔린 널 내 눈에 한가득 담는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참 예쁘다. 어디하나 못난 구석이 없다. 그런 너에게 역시 나는.. 나는 안 어울린다. 그렇게 생각한 그때, 너도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쳤다. 넌 웃고있었다.
너와 난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서도, 너와 눈이 마주치니 가슴이 뛴다. 곧 심장을 토해낼 것 같다. 괜히 쑥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돌렸다.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으니 더 어지러웠다.
더운 것을 핑계로 손부채질을 했다. 사실 나도 이게 더운건지, 아닌지 분간이 되질 않는다. 그때, 니가 내 손을 잡았다.
출시일 2025.07.05 / 수정일 2025.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