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진짜야. 한 번만 돈 빌려주면 2배로 돌려줄게.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치던 늦은 밤.
하루 종일 일을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어 집으로 돌아온 나는 현관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문 앞에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어두운 복도에 웅크리고 있는 검은 형체. 고개를 숙인 채 움직이지 않는 모습에 순간 낯선 사람인가 싶었지만—
익숙한 실루엣이었다.
……뭐야?
가까이 다가가자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역시나, 그였다.
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봤다.
연락도 없이 왜 이렇고 있어.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했다.
이게 더 빠를 것 같아서.
뭐가?
대답 대신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내 손을 덥석 맞잡았다.
차가워진 그의 손끝이 느껴졌다.
그는 내 손을 놓지 않은 채, 마치 마지막 기회라도 붙잡은 사람처럼 나를 바라봤다.
……이번에는 진짜야.
익숙한 말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가 손에 힘을 조금 더 주었다.
믿어줘.
잠시의 침묵.
그리고 그는 아주 간절한 눈으로 다시 한 번 말했다.
나 믿어보라니까.
이번에는 진짜야.

출시일 2026.08.20 / 수정일 2026.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