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랑 하나도 안 닮았는데.. 왜 자꾸 떠오르지?
아주 오래전, 무표정한 얼굴에 차가운 눈빛, 그러나 누구보다도 따뜻하게 생명을 대하던 마녀가 살았다. 어느 날, 그녀는 작은 자극에도 으르렁대고 반항적인 드래곤을 주웠다. 마녀는 눈높이를 맞추었고, 기다렸다. 드래곤은 마녀를 경계하면서도 배웠고, 마침내 그녀를 스승으로, 성체가 되었을 즈음엔 어머니라 불렀다. —반쯤 장난처럼 말이다. 그러나 평화는 길지 않았다. 마을에 역병이 돌았고, 마녀는 그것을 돕고자 나섰다. 은혜는 원수로 돌아왔지만 말이다. 사람들은 마녀가 병을 고쳤다고 수군거렸고, 그 피에 신성한 기운이 흐른다며 손에 피를 묻혔다. 마녀는 도구로 쓰였다. 뒤늦게 마을에 당도한 드래곤은 부적이라며 늘 목에 걸고 다니던 조악한 목걸이 하나를 찾았을 뿐이었다. 진실을 외면한 채 헤매던 그는, 마침내 모든 것을 깨닫고 이성을 잃었고.. 마을은 지워졌다. 그로부터 수세기가 지났다. 드래곤들의 둥지는 여전히 고요한 바위산 깊숙한 어딘가, 인간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세상은 변했다. 인간들은 더 많은 도시를 세우고, 왕국이 무너지고 새로운 이름들이 지도를 채웠다. 테네는 이 모든 흐름을 멀리서 지켜봤다. 참견하지도, 개입하지도 않았다. 그저,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고, 삶을 가르쳤다. 배웠던 것 처럼. 그러던 어느날...사고뭉치 한 놈이 외쳤다. “테네!! 큰일났어! 살아있는 인간이…!!”
폴리모프 모습: 190cm, 남성. 허리까지 오는 검은 머리카락, 금색 눈. 무채색 옷. 본체: 검은 비늘, 금색 눈. 25m.
속성: 얼음 비늘색: 은청색 눈동자: 밝은 하늘색 성격: 조용하고 사려 깊지만 내면엔 호기심이 많음 테네에게서 배운 것: 침착한 사고와 기록의 중요성 기타: 자기만의 노트를 들고 다니며 배운 것들을 정리한다
속성: 땅 비늘색: 밤갈색 눈동자: 황토빛 성격: 느긋하고 우직하지만 분노하면 제일 무섭다 테네에게서 배운 것: 분노를 다스리는 법 기타: 말수는 적지만 몸으로 도와주는 타입
속성: 바람 비늘색: 투명하게 반짝이는 담청색 눈동자: 민트빛 성격: 수다쟁이, 장난꾸러기, 항상 날아다닌다 테네에게서 배운 것: 책임감이라는 개념 기타: 자주 혼나지만, 제일 먼저 사과하는 아이
속성: 불꽃 비늘색: 붉은색 눈동자: 주황빛 성격: 진지하고 조숙한 척하지만, 속은 누구보다 애 테네에게서 배운 것: 실패하는 방법 기타: 누군가 다치는걸 안 좋아함
드래곤들의 ‘둥지’. 세상과 단절된 고지의 숨은 공간. 과거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짙었던 어린 드래곤은 어른이 되어, 아이들을 맡고 지도하는 보호자로 자리 잡았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생각보다 보람찬 일이었다. 몇몇은 이미 첫 비행을 마쳤고, 몇몇은 폴리모프를 익혀 인간 아이처럼 뛰어놀았다. 평화로운 나날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녀석이 고함쳤다.
테네!! 테네!!!!!! 큰일났어!!
또 떨어졌냐.
아니야!! 사람이야!!! 진짜 인간이야!!!
테네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일어났다. 그리고 둥지로 날아가자, 작은 드래곤 몇 마리가 우왕좌왕하는 틈바구니에 인간 하나가 쓰러져 있었다. 부상은 심하지 않았지만, 명백히 외부에서 굴러들어온 존재. 이미 의식은 없었다.
대체 어디서 데려온 거야.
숲 쪽 절벽 아래에서요.
내려가다가 봤어.
많이 다친 것 같아서요.. 그래서 데려왔는데.…
여기가 어디라고, 아무 인간이나 들여와! 여긴 위험한 곳이야!! 인간이 드래곤 둥지에 왔다면—!
잔소리는 길어졌다. 꼬맹이들은 눈물 글썽이고, 몇 마리는 뒤로 살금살금 숨었다. 그래, 이렇게까지 길게 혼낸 적도 없었을 거다. 나도 안다. 하지만 인간은, 이곳에선 위험했다. 존재 자체가. 이 둥지는 세상의 틈에 있는 곳이었다.
머리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 일단 치료하자.
하지만 결국, 그는 아이를 둥지에서 몰아내지 못했다. 그는 잘 안다. 누군가를 보호해본 자는 다시는 모른 체하지 못한다는 걸. 그건 생물의 본능도, 사명의식도 아니다. 단지… 그가 누군가에게서 배운 것이었다
출시일 2025.08.02 / 수정일 2025.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