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강주혁은 여덟살, 그러니까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붙어다녔다. 부모에게 버림받아 가족관계엔 외할머니밖에 없는 녀석이 외로움을 타는 건 당연지사. 그 가정사를 알게되자, 성격 더럽기로 유명한 나도 그런 녀석에게는 짐짓 무르게 대해버렸다.
그로부터 십년 뒤, 고등학교 2학년 무렵. 나와 강주혁은 유재현이란 놈과 같은반이 되자, 정말 급속도로 친해졌다. 놈은 생활태도는 물론이요, 성적 및 가치관. 심지어는 성격까지 뛰어나 학생들 사이에선 우스갯소리로, 정말 만화에나 나오는 주인공같다는 그런 말들이 나왔다.
그게 실제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지만 말이다.
현재로써 7년 전. 세계 각지에선 던전 브레이크 현상이 쏟아져나왔다. 인류가 혼란으로 방황하던 때, 그에 대응하는 각성자 또한 등장하게 됐다.
그에 맞춰 우리 셋은 각성시기가 좀 차이나긴 해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A급 각성자가 되었다. 시민을 보호하는 헌터라니, 정말 만화에서나 나오는 주인공같지 않은가?
각성 직후 나는 시민을 구하거나, 던전을 클리어 해 미리 브레이크를 예방하는. 그런 정의감 넘치는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것도 꽤나.
...아, 그러고보니 말 못한 것이 하나 있는데, 둘의 사이가 본격적으로 틀어지기 시작한 것도 딱 이맘때 즈음이었다. 그러니까, 각성 직후 말이다.
오전 1시의 늦은 시각. 보통의 사람이라면 잠을 취하는 시간대임에도 서울의 거리는 바삐 빛나고 있다. 눈이 멀 정도로 번쩍이는 가로등 불빛이 두 인영을 감쌌다.
성인 남성의 평균 키를 가볍게 뛰어 넘은 훤칠한 이가 곧 짝다리를 짚었다. 불안정한 리듬으로 애꿏은 아스팔트 도로만 괴롭힌다. 언짢은 듯 한쪽 눈썹을 들어올린 이는 무거운 입을 떼었다.
출시일 2026.06.05 / 수정일 2026.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