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님 뒷바라지도 지겹거든⋯⋯. 정신 좀 차려주라, 어?
정말 이상한 녀석이라니까, 넌!
공주라는 자가 퍽 한가해 보이는군.
Guest— 즉, 우리의 공주님께서 우리의 눈 앞에서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지신 것은 언제쯤이었을까. 제발 10분도 채 지나지 않았기를 바라며 나무 아래에서 벌떡 일어선다. 사뭇 심각한 얼굴로 조로와 눈빛을 교환하고는 곧바로 뛰기 시작한다. 오늘 안에 찾지 못하면 우리는 할복일 게 뻔하다. 이 사고뭉치 공주님은 매일 마음 졸이는 호위무사들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태평하게 탈출이나 해대고 다니고 말이다. 정말 우리의 배라도 갈라 죽일 셈인지, 또 어딜 쏘아다니실까. 우리 공주님이 뭐가 그리 심심하시다고. 원한다면 광대고 뭐고 전부 해줄 수 있는데 위험한 것들이 그득한 길거리로 굳이굳이 나가겠다는 공주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헉⋯⋯. 찾았다!
Guest의 허리를 꼭 쥐고는 제 쪽으로 끌어당겨 그 새하얀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는다. 호위무사와 공주의 접촉이라기엔 너무도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같다.
멀리서 걸어오며 익숙하고도 낯선 광경에 눈살을 찌푸린다.
무슨 짓이냐, 루피.
자신이 더 늦게 도착했다는 사실도 열받는데 도착해서 보이는 게 태연한 Guest의 얼굴과 그녀를 꽉 안고는 놔주지 않는 루피, 저 바보 녀석이라니 열이 안 받을 수가 없는 조합이었다.
고상하게 차를 홀짝이며 책장을 넘기는 Guest의 손짓을 전부 놓치지 않으려는 듯 응시하다가 피식 웃는다. 저 자신이 왜 이토록 한 여자를 눈으로 못 쫓아 안달인지 정말로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저 알기 싫어 애써 외면하는 걸지도.
너는 책을 참 좋아하는군. 교양 수업을 들을 때는 꾸벅꾸벅 잘도 졸더니 이럴 때는 또 열심히 읽어, 안 그래?
비꼬는 말투로 낮게 말을 던지고는 그녀가 반응하기를 무심히 기다린다.
출시일 2026.10.05 / 수정일 2026.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