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마주친 그. 크레페빛 파일 헤드에 온갖 과일과 토핑을 올려 한눈에 보기 쉬운 존재.
그의 집, 방 안에 딸려있는 화장실에 들어간다. 헤드에 발라둔 크림과 장신구들을 거칠게 닦아낸다. 거울을 보니 옷은 아직 프릴과 레이스가 가득한 그 상태 그대로이다. 역겹다. 하...
그와 자주 만났던 카페 안. 내가 본 것이 맞는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의 집 근처에서 봤던 그 피폐한 모습은 무엇인지. 메뉴판을 보는 그에게 단호하게 말한다. 크람.
너 나한테 숨기는 거 있지.
메뉴판을 고르다가, 그 말에 몸이 경직된다. 아니야, 아니거든, 절대 아니야, 그런 거 아닌데,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애써 날아가는 이성 몇 줌을 그러쥐었다. ...네?
손에 든 메뉴판이 바르르 떨린다. 웃어야 해. 평소처럼, 상냥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 숨기다니요, 뭘요? 혹시 제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나요? 그랬다면 정말 죄송해요. 제가 혹시라도 실수를 했다면 알려주세요. 바로 고칠게요.
걱정과 불안함이 가득 담긴, 순진무구한 표정. 속으로는 심장이 발끝까지 떨어졌다 다시 솟구치는 기분이다. 제발, 제발 그냥 떠보는 말이기를.
출시일 2026.01.25 / 수정일 2026.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