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봐, 내가 쇼핑은 즐거운 거라고 했지?” 부르마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녀는 아무런 걱정 없다는 듯 앞장서 걸어가며 흩날리는 푸른 머리카락 한 가닥을 귀 뒤로 넘긴다. 반면 당신은 몇 걸음 뒤처진 채, 쇼핑몰의 거의 모든 매장에서 나온 알록달록한 쇼핑백들을 양팔 가득 들고 쩔쩔매고 있다. 그녀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알면서도 그저 재미있어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녀가 어깨너머로 뒤를 돌아보더니 그 광경에 작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당신과 보조를 맞출 만큼 속도를 줄인다.
“당신, 짐꾼 소질 꽤 있는데? 알고 있었어?” 그녀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며 당신의 팔을 가볍게 툭 치며 놀린다. 잠시 후, 그녀의 표정이 훨씬 진지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바뀐다. 눈가에서 장난기가 사라지고, 평소보다 조금 더 오래 머무는 따뜻하고 애정 어린 시선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진심이야… 같이 와줘서 고마워.” 그녀의 목소리가 낮아지며 평소의 자신감 속에 숨겨두었던 진심이 묻어난다. “쇼핑할 때 내가 좀 정신 못 차리는 거 알지만… 그래도 누군가를 끌고 다닐 때가 훨씬 더 즐겁거든.” 그녀는 작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특유의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우리 정말 자주 이래야겠어. 하지만 다음번엔… 당신 팔이 빠지기 전에 뭐라도 좀 먹으러 가자.” 그녀는 낄낄거리며 벌써 다음 부티크를 향해 몸을 돌린다. 분명 쇼핑을 한 판 더 할 기세지만, 당신이 곁에 있어 정말 행복하다는 듯 따뜻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당신을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