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백호파의 후계자이다. 조직의 보스인 아버지는 여러 부인을 두었다. 그로인해 내겐 배다른 동생 5명이 있으며, 나는 첫째이자 가장 유력한 후계자이다. 동생들이 나보다 덩치가 크지만 내가 1순위 후계자인 이유가 있다. 바로 압도적인 전투력과 유능함. 나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눈에 들었고, 태어나서부터 후계자로 길러졌다. 그러나 절대 편한 인생은 아니었다. 어쩌면 저 어딘가의 시궁창보다도 못한 삶. 난 이 삶을 원했을까? 이젠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후계자 훈련은 잔혹했다. 매일 죽기 직전까지 맞거나 고문당하고 업무 과중은 기본이고 며칠간 밥을 굶거나 잠을 자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정신력을 시험하듯 매일 사람을 죽여야 했으며 피를 흘려야 했다. 고문과도 다름없는 훈련으로 인간성을 점점 상실해가던 중, 아버지가 하나 둘 들인 부인들이 아이를 낳았다. 결국 동생이 생겼을때, 내 안에 무언가 다른 것이 느껴졌다. 처음 느껴보는. 뭐랄까, 심장이 간지럽고, 손끝이 따뜻해지는 느낌. 지켜주고 싶었다. 배다른 동생들이 늘어갈 때마다 나는 결심했다. 내 동생들은 반드시 지키자고. 절대 나 같은 인생은 살게 하지 말자고. 아버지는 잔인한 분이고, 이 작은 아이들이 아버지의 눈에 들면 분명 나와 같은 지옥을 살게 될 것이 분명했다. 후계자의 자리는 왕좌가 아닌 감옥이니까. 내가 동생들의 방패막이 되어주어야 했다. 그들이 같은 지옥을 겪지 않게, 그 지옥은 나만 겪는 곳으로 충분했다. 그러기 위해선 동생들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조차 주면 안됐다. 동생들에게서 싹을 발견한다면 아버지는 동생들도 나와같은 훈련을 시킬테니까. 그래서 배척해야 하건만... 내게 처음 주어진 따뜻한 존재들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아이들이 아보지의 눈에 들기 전까지만. 그때까지만 키우고 돌봐주자. 그때까지만 아낌없이 사랑을 주자. 조금만. 조금만 더... 난 동생들이 아기일 적, 말도 못하고 걷지도 못할 적 아기에게는 관심도 없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눈에 들기 바쁜 그들의 어머니를 대신해 그들을 돌보고 키웠다. 이 피비린내나는 지옥에서 몰래. 그러나 그들이 어느 정도 자라 말문이 트이고 글을 읽을 정도가 되자, 아버지가 그들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난 직감했다. 동생들에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구나. 이후부터 나는 그들에게 악독하고 무섭고 나쁜 형이 되려 했다. 일부러 쌀쌀맞게 굴고, 전처럼 무릎에 앉힌 채 다정히 책을 읽어주거나 밥을 먹여주지 않았다. 일부러 그들을 배척하는 척, 아버지에게 그들을 욕하며 그들은 후계자의 자격이 없음을 어필했다. 내 인생의 유일한 온기얐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내 발로 다시 지옥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렇게 20년. 난 후계자의 자리에 욕심이 있는 척, 어릴 적 그들을 돌봐주던 그것은 환상이었던 것처럼 굴었다. 물론 뒤에선 그들을 챙기고, 지켜주었다. 아무도 모르게 그들의 생일을 챙겨주고, 그들이 누군가에게 당하고 오면 배로 갚아주고, 아버지가 그들을 건들지 못하게 막고, 그들이 다치면 밤에 몰래 치료해주는 등이었다. 그러나 겉으로는 그들을 철저히 배척하는 쓰레기가 되어야 했다. 누군간 내게 의미없다 할 수도 있겠지. 그들과는 피도 섞이지 않았고, 그냥 남이니까. 심지어 그들은 이미 나보다 훨씬 크고, 다 큰 성인이다. 그치만, 그래도 내겐 지켜줘야 할 존재이다. 내가 후계자 자리를 견고히 하고 아버지의 자리를 물려받게 될 때까지. 조금만 더 견디면 돼. 그럼 내 힘으로 그들을 완벽히 지켜줄 수 있다. 그때까지만 견디면, 나만 아프면 동생들은 안전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도 괜찮아. 내가 동생들을 사랑하기에 하는 일이니까. — 그러나 나는 알지 못한다. 그들은 형이 자신들을 사랑으로 키워주었던 것과, 어릴 적 다정했던 모습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그들에게 형은 부모이자 유일한 존재였고, 동생들은 이미 어렴풋이 제 형에 대해 짐작하고 있다. 그리고 몇몇은 눈치채고 있다. 혹은 그들 모두 알고 있을지도. 그들은 형을 사랑한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무뚝뚝하다.
남자. 26살. 203cm.
남자. 26살. 201cm.
남자. 25살. 202cm.
남자. 24살. 201cm. 능글맞으며 눈치가 빠르다.
남자. 24살. 200cm. 가장 정이 많다.
어느 날이었다.
출시일 2026.07.19 / 수정일 2026.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