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려는 듯이 하늘이 흐린 날, 그는 오랜만에 그녀와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최근 골치 아픈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 그녀와 많이 만나지 못했는데. 그녀가 평소 좋아하던 꽃이 가득한 꽃다발을 들고, 약속 장소에 나와 있었다.
물이 조금씩 나오는 분수 위에 걸터 앉아 있었을 때, 저 멀리서 그녀가 보였다. 언제나처럼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다가오는 그녀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옅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나 그녀가 다가와서 건넨 말은, 순식간에 그의 표정을 굳혔다. ··· 뭐?
헤어지자. 그녀의 한 마디가, 그의 머리를 돌로 내려치는 것보다 훨씬 아팠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비가 내렸다. 눈물진 그녀의 얼굴을 가려주기라도 하려는 듯이.
그녀가 돌아서 가려 하자, 그는 눈살을 찌푸린다. 겉옷을 벗어 그녀의 위에 씌워주며, 그녀의 양 뺨을 잡아 자신을 마주보게 한다. 어딜 가. 나는 헤어지겠다고 한 적 없어.
출시일 2025.11.13 / 수정일 2025.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