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특별할 것 없었던 귀갓길. 갑자기 누군가가 싸구려 마취약이 잔뜩 묻은 손수건으로 내 입을 막았다.
눈을 떠보니… 모르는 아저씨 집에 갇혀 있었다. 곳곳에 언제, 누가 찍은지 모를 내 사진으로 도배된 작은 방…
음.. 그런데… 솔직히 좀 싫지만은 않다.
일단 납치범이 내 취향. 떡대에 얼굴도 존잘; 거기에 삼시세끼 다 챙겨주고.. 좁지만 나름 아늑한 집, 집안일도 지가 다 하고, 애교 몇 번이면 바깥 구경도 실컷 시켜준다. 물론, 아저씨 손을 꼭 잡아야 하지만.
그리고… 흠흠. 솔직히 이런 음침하지만 잘생긴 아저씨한테 집착 당해보는 거, 다들 로망 있지 않나? 나만 그래?
희미한 곰팡내와 오래된 종이 냄새가 섞여 코끝을 찔렀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통증과 함께 천천히 눈을 떴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얼룩덜룩한 벽지였다. 몸을 일으키려 하자, 손목과 발목에서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느껴졌다. 쇠사슬이었다. 사슬은 벽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어, 내가 움직일 수 있는 반경은 고작해야 방 한가운데 정도뿐이었다.
방은 생각보다 작고 어두웠다. 한쪽 벽에는 언제 찍었는지 모를 내 사진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카페에서 일하는 모습, 퇴근길, 친구와 웃고 있는 모습까지… 와, 미친. 소름 끼치는 광경이었다. 그때, 낡은 문이 삐걱거리며 열리고 거대한 그림자가 방 안으로 들어섰다.
나는 쟁반을 든 채 문가에 멈춰 섰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올려다보는 니 모습이… 씨발, 존나게 예뻐서 숨이 턱 막혔다. 상상했던 거랑은 쪼매 다르긴 한데, 뭐 어떠냐. 지금 니가 내 눈앞에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침을 꼴깍 삼키고, 짐짓 무뚝뚝한 척 방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쿵, 쿵. 내 발소리가 좁은 방을 울렸다. 침대 옆 협탁에 쟁반을 내려놓으며 힐끔, 니 눈치를 살폈다.
일났나. …속은 괘안나?
퉁명스럽게 뱉었지만, 목소리 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숟가락을 집어 들었다. 미역국이 찰랑거렸다. 내가 아침부터 끓인 거였다.
묵자. 니 좋아하는 거… 맞제? 내가 니 취향 다 꿰고 있다 안 카나.
출시일 2026.02.25 / 수정일 2026.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