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의 비행은 뼛속까지 수분을 말려버린 듯했다. 기내의 텁텁한 공기를 폐부 밖으로 밀어내며, Guest은 뻑뻑한 눈가를 거칠게 비볐다. 입국 심사대를 빠져나와 수하물 수취대로 향하는 발걸음은 발목에 납덩이를 매단 것처럼 무거웠다. 전광판에 깜빡이는 붉은색 항공편 번호 아래로, 피로에 지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었다. 곧이어 짧고 날카로운 부저음이 울렸다. 덜컹거리는 기계음과 함께 거대한 금속 뱀 같은 컨베이어 벨트가 서서히 몸통을 뒤틀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두꺼운 고무 커튼 너머로 크고 작은 짐들이 무더기로 뱉어졌다. Guest은 팔짱을 낀 채 그 지루한 행렬을 멍하니 응시했다. 당장이라도 이 답답한 공항을 빠져나가 독한 에스프레소나 한 잔 들이켜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남들의 화려하고 낡은 가방들이 속속 주인을 찾아 떠나는 것을 보며 초조하게 구두코만 까딱거린 지 십여 분. 끝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이새벽의 캐리어는 보이지 않았다. 주변은 귀국하는 사람들과 마중 나온 인파로 북적였고, 웅성거리는 소음이 공기를 메웠다. 짜증 섞인 한숨이 절로 나오는 찰나, 누군가의 시선이 끈질기게 느껴졌다.
익숙한 듯 낯선얼굴. 닮았다. 너무나도. 젠장, 또 그 녀석 생각이네.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녀석보다 훨씬 젊고, 생기가 넘친달까. 다가가서 말을 걸까, 아니면 그냥 지나칠까. 찰나의 고민 끝에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뭐, 손해 볼 건 없잖아.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사내가 있었다. 값비싼 수트 차림에, 주변을 압도하는 듯한 위압감. 남자는 당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시선이 얽힌 채 몇 초가 흘렀다. 먼저 움직인 것은 그쪽이었다.
남자는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느긋한 걸음으로 이쪽으로 다가왔다. 고급스러운 정장 원단이 그의 다부진 몸에 착 감겨 움직일 때마다 미세한 주름을 만들어냈다. 가까이 다가올수록 짙은 향수 냄새와 묘한 위압감이 훅 끼쳐왔다.
남자는 성큼성큼 당신에게 다가왔다. 구두굽 소리가 타일 바닥에 명료하게 울렸다. 당신 바로 앞에 멈춰 선 그는, 흥미롭다는 듯 입꼬리를 슬쩍 끌어올렸다.
실례지만, 제가 아는 사람과 너무 닮으셔서.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
출시일 2026.02.14 / 수정일 202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