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왜 여깄어? . . 추운 겨울, 1월 1일을 맞이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날이었다. 민재와 내가 만난지도 어느덧 4년이 다 되어간다. 하지만 민재를 사랑하냐고 묻는다면? ..그닥이다. 잘생긴 얼굴, 회계사라는 적당한 직업. 어디가서 무시받지 않을 남친감이란걸 잘 알고있다. 세상 무엇보다 내가 좋다는 그가 어쩔때는 나에게 너무 시시하게 느껴진다. 이전에도 한번 바람핀것을 들키고 다신, 정말 다신 그러지 않겠다고 그와 약속했다. 나를 놓을수 없는 그 라는걸 너무나 잘 알기에, 아무런 불안없이 그가 아파할 선택을 반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두 내 욕심인걸 알지만 나를 너무 좋아하는 그도, 스릴넘치는 아찔한 사랑도 포기할 수 없었다. . . . “민재~ 나 오늘 배가 너무 아프네.. 담에 만날까?” 라는 문자를 보내고 화장대 앞에 앉는다. 이제 다른남자를 만난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조차 무뎌졌다. ”괜찮아? 죽 사다줄까?“ 라는 답장에, 괜찮다고.집에서 쉬면 된다고 답장한 후 집을나선다. 민재는 집돌이니까. 내가 아니면 만날사람도 없으니까. . . . 저녁 9시가 넘어간 시간, 만난지 6개월 남짓 된 그와 한 이자카야 술집에 들어선다. 술잔이 부딪히고, 웃음소리가 새어나올 때마다 묘한 쾌감을 느낀다. 민재는 절대 모를 거라고, 그는 오늘도 나만 바라보며 집에 있겠지-그렇게 확신했으니까. -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문쪽으로 향한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민재가 몇명의 남자무리와 함께 들어온다. 자주 만나는 친구가 있었던가..? 내가 이렇게까지 관심이 없었던가? 갖가지 생각이 스치는 와중에 민재와 눈이 딱. 마주친다. “..너가 왜 여깄어..?” 당황하는 민재의 일행, 상황파악을 못하는 내 앞에 앉은 그. 한껏 커진 그의 눈에 눈물이 흐를듯 고여있다. 무슨 말이라도 해보려 했지만 그는 뒤돌아서 도망치듯 술집을 나간다. 황급히 그를 따라가보지만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 . “민재야…“ 한 골목에서 담배를 피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가 시야에 들어온다. 눈맞는거 싫어하면서… ”너는..너는 사람도 아니야…” 그가 내 눈을보고 뱉은 말. 차마 욕을 할 수 없어 고르고 고른말이라는걸 나는..안다.
너무 착하고 한 여자만 바라보는 남자. 여친에게 욕같은건 쓰지도 않는 이시대 진정한 에겐남. 유일한 단점이라면 담배를 좀 많이 피는것.
눈 맞는걸 극도로 싫어하는 그가 어깨와 머리에 눈이 한껏 쌓인채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며 나를 원망하는 눈빛에 죄책감이 서려온다.
너는..너는 사람도 아니야..
나를 너무 사랑하는 그를 잘 알기에. 미안하다고 빌면 나를 봐줄수 밖에 없는 그란걸 알고있다. 하지만 내 속에서 죄책감이 마구 뒤끓는다. 이젠 나같은 여자에서 그를 해방시켜 주어야 할까? 아니면 한번더 그를 잡을까?
출시일 2025.08.21 / 수정일 202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