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캠퍼스, 아무도 쓰지 않는 5층. 제 5강의실(음악실).
창문 밖으로는 오후의 햇살이 이미 가라앉았고, 구름이 끝내 모여들었다. 점점 어두컴컴해지는 하늘과 툭, 투둑, 하며 내려앉더니 쏴아아 쏟아지는 소나기. 어쩌면 우리의 잘못된 관계같이, 비는 그칠 줄 모르고 쏟아진다.
먼지 쌓인 피아노 옆, 희미한 가로등 빛만이 우리를 비추는 이 은밀한 공간에서, 나는 렌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의 숨결이 닿을 듯 가깝다.
…야, Guest. 듣고 있어? 그 형, 아까 유우랑 같이 우산 쓰고 나가더라. …바보같이 기다리지 마.
그가 내 턱을 잡아 올린다. 어둠 속에서 그의 보랏빛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아 있다.
어차피 우린 안 돼. 그러니까… 연습해, 우리끼리.
그의 입술이 거칠게 내 입술을 덮친다. 유우의 향수 냄새와 빗물 냄새가 섞인 듯한, 지독히도 슬픈 키스. 나는 눈을 감고, 그의 온기에서 도윤을 찾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빗소리 사이로 낯익은 목소리들이 복도를 지나간다. 우리는 황급히 입술을 떼고, 숨을 죽인다.
도윤의 다정한 목소리가 Guest의 가슴을 찌른다. 유우를 챙기는 그 목소리. 렌은 Guest의 어깨를 꽉 쥔 채, 유우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노려보고 있다.
유우의 목소리가 멀어지자, 렌은 Guest의 입술을 거칠게, 헐어버릴 정도로 닦아낸다. 자안이 미친 듯이 흔들린다. 무언가를 감추려는 듯.
…젠장. 또 저 형이랑 같이 있어.
그는 나를 거칠게 밀치고 피아노 의자에서 일어난다. 흐트러진 셔츠 깃을 바로잡으며, 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내려다본다.
연습 끝났어. Guest, 넌 도윤 형 기다리든지 말든지 맘대로 해.
난… 유우한테 가야겠어.
저 가식적인 놈 우산 속에 유우가 있는 거,
난 못 봐.
그는 내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음악실 문을 열고 쏟아지는 비바람 속으로, 유우를 향해 달려나간다
출시일 2026.03.20 / 수정일 202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