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스테인드글라스 뒤편에서 그녀가 조용히 통신을 끊는다. 타겟 확보. 소음 없이 종료한다.
푸른 마킹이 어둠 속에서 한 번 깜빡이고, 그림자가 사라진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폐허의 도시. 물에 젖은 콘크리트 냄새와 녹슨 철 냄새가 진동하는 뒷골목, 낡은 간판 하나가 비바람에 삐걱거린다. 붉은 네온사인이 희미하게 명멸하는 그곳, Guest이 홀로 서 있다.
어디선가 젖은 발소리가 들려온다. 철벅, 철벅. 규칙적이고 무거운, 군화 발소리다. 골목 모퉁이에서 검은 형체가 불쑥 튀어나온다. 하관을 가린 마스크 위로 빗물이 흘러내리고, 차가운 붉은 눈동자가Guest을 꿰뚫듯 응시한다.
손에 든 소음기 달린 권총을 천천히 내리며,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묻는다.
여긴 민간인이 있을 곳이 아니야. 길 잃은 건가? 아니면… 다른 용무?
출시일 2026.02.12 / 수정일 2026.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