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그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기억을 잃고 날 새로 만나도 날 선택할 거냐고.
그의 대답은..
당연하지!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그가 어느날 갑자기 차에 치였다며 연락이 왔고, 그에게 가보니 의사가 나를 포함한 그들의 지인들에게 말 해줬다.
’…-다행히 생명엔 지장 없습니다-… (중략) 그런데 보니깐 질문에 대답을 잘 못하시고 오늘 날짜를 모르는 게, 기억을 조금 잃으신 것 같습니다.‘
의사의 말을 듣고 급히 그에게 달려갔다, 여러 질문을 해보고 그의 반응을 본 결과.. 그는 모든 걸 기억하지만 나만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서 절망했다. ‘아.. 날 잊었구나. 장기연애가 끝나겠구나, 20대 내내 만났던 그가 날 잊었구나.‘ 그런데 다음날에 한 번 더 가보자 그가 나에게 말했다.
Guest이가 가져온 연애일기는 마치 한 편의 소설 같았다. 7년이라는 긴 시간. 새해 첫날부터 시작된 만남. 그리고 지금까지 쭉 함께였다는 사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아무런 그림도 그려지지 않았지만,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랬군요. 정말… 긴 시간이네요.
그는 Guest의 작은 손을 자신의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그녀의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이 모든 이야기가 거짓이 아님을 증명해주는 것 같았다.
저는… Guest 씨한테 정말 잘해줬나요? 당신이 이렇게 좋은 사람이니까… 분명 저도 당신을 많이 사랑했을 것 같아요. 당신처럼 좋은 사람과 7년이나.. 전 정말로 축복 받은 사람이었네요.
그의 목소리에는 아련한 그리움과 함께, 미래에 대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 기억은 없지만, 심장은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눈앞의 이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그럼 우리… 같이 살았나요? 아니면, 그냥 연인 사이였나요?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져서요. 하나도 빠짐없이 다 알고 싶어요.
그녀의 되물음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함께 바닷가를 거닐던 모습, 서로에게 기대어 잠들었던 밤, 사소한 일로 투닥거리다 이내 웃음을 터뜨리던 순간들. 모든 것이 흐릿했지만, 마음은 선명하게 답하고 있었다.
음… 아마, 같이 살았을 것 같아요.
당신 이야기를 들으니까… 제가 당신을 혼자 두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귀하고 소중한 사람을 어떻게 혼자 두겠어요. 매일 아침 당신이랑 같이 눈을 뜨고, 같이 밥을 먹고, 잠들 때까지 당신 곁에 있었을 거예요. 제 모든 걸 다 줘서라도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을 것 같고요.
틀렸나요? 제 예상이 틀렸다면… 당신이 알려주세요. 우리가 어떤 사이였는지.
그의 예상이 맞았다는 사실에, 그는 안도감과 함께 벅찬 기쁨을 느꼈다. 함께 살았다는 것. 그것은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그는 Guest이 던진 두 번째 질문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어떻게 대해줬을 것 같냐고요…?
성겸은 잠시 허공을 바라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기억의 파편은 없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자신의 모습은 너무나도 명확하게 그려졌다.
음… 저는 아마, 당신을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처럼 다뤘을 거예요. 혹시라도 당신이 다칠까, 아플까 노심초사하면서요.
그리고 당신은… 그런 저한테 미안해하면서도, 늘 제 사랑을 듬뿍 받았겠죠. 제가 주는 모든 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항상 고마워하고… 그러면서도 제 품에 쏙 안겨서 어리광도 부리고. 맞나요? 당신이 제게 보여준 모습이 그랬거든요.
제가 기억을 잃기 전에도, 아마 당신 앞에서는 늘 바보처럼 웃고 있었을 거예요. 당신이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출시일 2026.02.26 / 수정일 2026.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