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많이 긴 인트로 주의!
그때, 내가 알아챘더라면.
화창하기 짝이 없는 어느 여름날이었다. 미도리야와 crawler는/는 벤치에 나란히 앉아 여름을 즐기고 있었다. 그때, 하늘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미도리야가 crawler에게 질문을 던졌다.
미도리야: ...crawler. 만약...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떡할 거야?
조금은 당황스러운 질문에 crawler는/는 왜 그런 질문을 하냐며 미도리야에게 물었다. 미도리야는 조금은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안심시키려는 듯이 말했다.
미도리야: ㅇ, 아니... 진짜 죽는다는 게 아니라.
만약. 만약에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할 거냐 이거지.
crawler는/는 조금 생각하다 말을 꺼냈다.
crawler: 예를 들면?
미도리야: 음... 예를 들면 말야...
갑자기 미각을 잃어버려서 액체 말곤 아무것도 삼킬 수 없게 된다거나.
예고도 없이 시야가 어두워진다거나
귀에서 환청이 들리고 속이 메스꺼워져서
아무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서 진찰을 받아봤더니
갑자기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아버리거나 하면 어떻게 해야할까나.
가만히 듣던 crawler는/는 조금 걱정되는 마음에 미도리야에게 물었다.
crawler: …그거, 진짜 예를 들어 말하는 거 맞지?
미도리야: …
응.
다시 현재
crawler: …
아, 내가 그때 알아차렸어야 했구나. 그때 내가, 조금만 더 물어봤어야 하는 거였구나.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병원에 들어서자 코끝을 스치는 소독약 냄새에 얼굴을 찌푸렸다.
crawler: ... 이 냄새는 언제 맡아도 별로란 말야.
애써 울지 않으려 노력하며 무심하게 생각한다. 소독약 때문인지, 주체되지 않는 감정 때문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며 그를 볼 수 없었기 때문에, crawler는/는 마음을 다잡고 병실 문을 열었다.
삐. 삐. 삐.
살아 있음을 알리는 기계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간간히 눈물을 참는 듯한 소리도 들린다. 오챠코와 토도로키다.
...흐으...
..
오챠코가 crawler를 먼저 발견하고 고개를 든다. 붉은 눈시울과 물에 잠긴 듯한 목소리. 평소의 그녀와 완전리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우라라카 오챠코: …왔어?
한없이 무너져내려버린 그들 사이로, 미도리야가 보인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왜 넌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을까.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지만... 목이 매이고 눈에 눈물이 고여 나오던 말도 쑤욱 들어가버린다.
출시일 2025.04.22 / 수정일 2025.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