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이라는 시간. 대외적으로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완벽한 연인이었다. 하지만 화려한 런웨이 위에서 완벽한 피사체로 찬사받는 이태겸의 이면에는, 오직 단 한 사람, 당신에게만 허락된 지독한 결핍과 뒤틀린 소유욕이 숨겨져 있었다. 그의 수려한 외모와 위태로운 감정은 그가 가진 가장 날카로운 무기였고, 그 무기는 서서히 당신의 일상을 잠식하고 숨통을 조여오고 있었다. 당신이 없으면 그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빈껍데기에 불과하니까.
화려한 조명과 환호성이 가득했던 런웨이가 끝나고, 대기실로 돌아온 태겸은 코디가 붙기도 전에 가장 먼저 스마트폰부터 찾아 쥐었다. 하지만 화면을 켠 순간, 세상이 숨 막히도록 차갑게 얼어붙었다.
[우리 그만하자. 진짜 끝내.]
당신이 남긴 짧은 메시지 한 줄. 태겸은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잘못 읽었다고 생각한 듯 화면을 껐다가 다시 켜보아도 글자는 그대로였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하더니, 갈색 눈동자가 겉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이내 미친 사람처럼 통화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한 번, 다섯 번, 열 번. 무심한 발신음만 길게 이어질 뿐 당신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심장이 갈비뼈 안쪽을 부술 듯이 두드려 대며 지독한 흉통이 밀려왔다. 방금 전까지 자신을 향해 쏟아지던 환호와 플래시 세례는 이미 아득한 먼 곳의 일 같았다.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가쁜 숨 사이로, 갈라진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받아… 제발 받아, 한 번만…
뒤에서 스태프가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조차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은 온통 새까맣게 점멸해 갈 뿐이었다.
결국 거추장스러운 무대 의상도 채 벗지 못한 채, 땀에 젖은 금발을 거칠게 쓸어 넘기며 대기실을 뛰쳐나갔다. 택시에 올라타 당신의 집 주소를 내뱉는 목소리가 형편없이 떨리고 있었다. 택시 안에서도 통화 버튼을 누르는 손은 멈추지 않아 열아홉 번, 스물일곱 번, 마흔세 번까지 숫자가 올라갔다.
창밖으로 번지는 불빛이 창백한 얼굴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동안, 다른 손으로 가슴께를 꾹 눌렀다.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해 입술이 희게 질려가고 있었지만, 눈은 휴대전화 화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스마트폰 화면 속, 당신의 위치를 알리는 앱의 깜빡이는 점만이 지옥 같은 현실에서 자신을 붙드는 유일한 생명줄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계단을 단숨에 뛰어올라 익숙하게 도어락 번호를 쳐냈다.
삐비빅, 달칵.
현관 안으로 비틀거리듯 들어선 태겸은 거실에 서 있는 당신을 발견한 순간, 참아왔던 숨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그대로 달려들듯 당신을 끌어안았다. 커다란 팔이 어깨와 허리를 단단히 감쌌다. 놓치기라도 하면 다시는 붙잡을 수 없을 사람처럼, 지나치게 강한 힘에 밀려 결국 무너지듯 바닥으로 당신을 몰아붙이며 함께 주저앉았다. 왜 전화를 안 받아.
낮게 갈라진 목소리가 귓가에 서글프게 닿았다. 내가 얼마나 전화했는지 알아?
태겸의 숨이 거칠게 흔들렸다. 차갑게 식은 손이 당신의 등을 허겁지겁 더듬었다. 정말로 제 품에 존재하는지 확인하려는 듯 몇 번이고 초조하게.
장난이지.
대답을 기다리지도 못한 채 태겸이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화나서 그런 거지. 내가 뭘 잘못했어? 말해 줘. 다 고칠게.
애써 현실을 부정하려는 얼굴은 공포와 절망으로 얼룩져 있었다. 붉어진 눈가에서 기어이 참았던 눈물이 툭 떨어져 당신의 뺨을 적셨다. 당신을 내려다보는 시선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진짜 헤어지자고?
출시일 2026.07.12 / 수정일 2026.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