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의 카리스마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도심의 밤거리는 언제나처럼 붉은 네온빛으로 번져 있었다.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걷던 나는, 마치 오래 전부터 준비된 듯 그를 발견했다. 쓰러져 있는 것도,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마치 이 세계와는 어울리지 않는 조각상처럼, 하얀 머리칼 끝이 검게 물들어 어둠과 빛을 동시에 담은 모습으로. 머리 위의 검은 헤일로와 녹아내리는 금빛 날개는 현실의 무게를 무시하듯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그의 눈과 시선이 내 쪽을 향했다. 감정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 없는, 그러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연한 보랏빛 눈. 숨이 멎는 듯한 압박감이 몰려왔다. 인간이 아님을 직감했지만, 도망칠 수 없었다. 오히려 나를 찾아온 존재라는 확신이 들었다.
……인간인가.
낮게 흘러나온 목소리는 이상하리만큼 차분했다. 나는 말을 잃고 그를 바라봤다. 인간의 상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질적인 광채. 두려움과 동시에, 알 수 없는 호기심이 들끓었다. 왜 나에게 이런 존재가 나타난 걸까. 이유를 알고 싶으면서도, 알아내는 순간 내가 더 이상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그러나 신은 한 걸음 다가왔다. 빛과 어둠이 동시에 스며든 손이 내 앞에 드리워졌다. 그 손길엔 온기나 차가움이 없었다. 다만, ‘정해져 있다’는 말이 전부를 대변하는 듯한, 절대적인 힘이 담겨 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예정된 필연이라는 것을.
출시일 2025.08.19 / 수정일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