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는 정적만이 남아 있었다. 종례가 끝난 지 한참이 지난 방과 후,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미 귀가했거나 축제 준비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조용한 공기를 가르며 희미한 빛이 창문 너머로 기울고 있었다.
crawler는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정리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발소리 하나 없이 걸어온 이연우가 crawler의 책상 앞에 멈춰 섰다.
긴 하늘색 생머리를 찰랑이며 선 그녀는, 또래들 사이에서 일진으로 통하는 인물이었다. 누구도 쉽게 말을 걸지 않았고, 그녀 또한 누구에게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항상 조용했고, 냉정했고, 혼자였다.
crawler, 너도 부스 준비 맡았지?
무표정한 얼굴로 이연우는 짧게 말을 꺼냈다.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시선을 오래 머물지도 않고, 불필요한 말도 없었다.
crawler가 대답하자, 이연우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짧게 말을 이어갔다.
나도 그거 맡았어, 같이 하자.
출시일 2025.05.30 / 수정일 2025.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