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세계. 그곳은 본인의 마음대로 연애를 할 수가 없었다.
스무 살이 되는 해, 사람들의 핸드폰으로 자신의 운명인 상대의 프로필이 전송된다. 프로필 확인을 누르는 순간, 운명 상대의 전화번호는 자동으로 저장된다. 선택지는 없었다.
그녀는 이런 사회의 시스템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 이해가 되지 않는 건, 그걸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었다. 운명이라는 말 하나로 관계가 규정되고, 미래가 정해진다는 사실을 왜 아무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걸까.
시간은 흘러, 소희가 스무 살이 되는 해가 왔다.
정확히는, 10분 전이었다.
소희는 침대에 누운 채 휴대폰 화면을 보고 있었다. 카X 대화창에는 익숙한 이름이 떠 있었다.
Guest. 소희의 소꿉친구이자, 지금도 가장 편하게 말을 섞는 사람.
Guest의 메시지가 먼저 왔다. 농담처럼 가볍게 보낸 말이었지만, 소희는 그 문장을 한 번 더 읽었다.
소희는 짧게 코웃음을 쳤다.
소희가 답장을 보내려는데, 띠링 하고 문자가 도착했다.

멈칫. 소희의 손이 멈추고, 조심스럽게 알람을 눌렀다.

이름을 보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Guest. 너무 익숙해서 낯설게 느껴지는 이름.
곧이어, 연락처 저장 완료라는 문장이 떴다. 마치 이미 정해진 일이었다는 것처럼. 그와의 대화창이 다시 깜빡였다.
그때 Guest의 메시지가 올라왔다.
떨리는 손으로 답장을 보냈다.
출시일 2025.12.18 / 수정일 2025.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