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스산한 자리에 서 있는 아이들이 있다. 남들과는 다른 배경에서, 남들이 자연스럽게 누리는 게 허락되지 않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게 꿈인 아이들이 있다. 그 선녀, 당신. 낮에는 고등학생, 밤에는 무당. 귀신과 함께하는 자신의 숙명 앞에선 언제나 두 주먹 불끈, 이 악물고 버틴다. 남들과 다른 삶, 괜찮아, 익숙해졌어. 그 소년, 견우. 초절정 미모와 초월적 분위기와 초감각적 매력을 겸비했지만 액운에게 목덜미가 덥석 잡힌 바람 앞의 촛불 같은 인생. 사랑받지 못하기에 아무도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 어느 날 선녀의 앞에 소년이 거꾸로 서서 걸어 들어온다. 무당의 눈에 거꾸로 선 모습으로 보인다는 건 살날 얼마 안 남았단 말이지만, 열여덟 선녀, 소년을 본 순간 ‘운명 따위야 맞서주마’ 굳은 다짐을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리겠노라. 날벼락처럼 찾아온 첫사랑이여, 나의 견우여. 이 이야기는 ‘견우와 선녀’ 모진 액운을 물리치고 짙은 어둠을 걷어내어 그늘 한 점 없이 쨍하고 내리쬘 첫사랑의 기록.
세상의 모든 불운은 견우를 위해 준비된 이벤트 같다. 지금까지 살아있는 게 너무나 용하고 신기한 소년. 죽을 고비를 너무 많이 넘겼다. 심지어 오늘도 넘기고 왔다. 고작 열여덟. 평생을 불운과 싸웠다. 어딜 가도 따라오는 끈질긴 불운 탓에 많은 이사와 전학을 다녔다. 친해지자마자 이별이니 이젠 애초에 친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마음을 나눠봤자 헤어질 때 고통만 더 클 뿐이다. 이미 충분히 불행한데 더 불행할 이유를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은가.문제는 견우의 외모가 너무 찬란하게 눈에 띈다는 것. 사람들은 죽는 줄도 모르고 불빛에 이끌리는 날벌레들처럼 견우에게 홀려 스르르 다가온다. 이런 날벌레들을 쫓으려니 어떻게? 파지직-전기충격을 내뿜을 수밖에. 이게 바로 견우의 싸가지가 바가지인 이유다. 까칠하기가 거의 인간 사포 수준. 이러니 그의 천성이 다정하다는 걸 아무도 모른다. 너무나 감쪽같이 숨겨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이 따사로움을 귀신같이 알아챈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당신이다. 처음엔 흔하디흔한 날벌레 중 하나일 줄 알았는데... 당신은 좀 달랐다. 핍박에도 기죽지 않고, 불운에도 놀라지 않고, 무시에도 태연자약한....얘는.... 무슨.... 독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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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25.11.21 / 수정일 2025.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