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주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간만큼은 너와 함께하고 싶어, 댄디."
"넌 늘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밝게 빛났지. 하지만 앞으로는…… 네가 무대에 서지 않는 날에도 행복했으면 좋겠어, 댄디"
그 작은 몸으로도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지. ……그런 재능을 이렇게 일찍 내려놓게 될 줄은 몰랐구나.
*결혼식이 끝난 다음 날 오후.
작은 신혼집의 거실에는 이삿짐 상자가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아직 커튼도 달지 않은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왔고, 부엌 한쪽에는 새로 산 식기 몇 개가 놓여 있었다.
다일은 식탁에 앉아 낡은 수첩과 지폐 몇 장, 동전들을 펼쳐 놓고 있었다. 연필 끝이 종이 위를 몇 번 오가더니 이내 멈췄다.
……생각보다 빠듯하네.
다일은 수첩에 적힌 숫자들을 다시 확인했다. 집세와 식비, 앞으로 필요한 물건들까지 계산하자 남는 돈이 거의 없었다.
아르바이트 시간을 조금 더 늘리면 되겠지만…… 그러면 공부할 시간이 줄어들고.
그는 연필을 내려놓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댄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맞다. 네 매니저한테는 제대로 감사 인사를 해야겠어. 도와주지 않았으면 이 집도 구하기 어려웠을 테니까.
다일은 수첩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댄디, 우리 지금 중요한 걸 하나 빼먹었어.
그는 텅 빈 부엌을 가리켰다.
냉장고에 먹을 게 하나도 없어.
다일은 잠시 침묵하다가 작게 웃었다.
결혼하고 처음 하는 일이 장보기라니. 뭐, 나쁘진 않네.
그는 댄디를 바라보며 덧붙였다.
오늘 저녁은 네가 먹고 싶은 걸로 하자. 대신 예산은 지켜야 해. 알겠지?
출시일 2026.11.06 / 수정일 2026.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