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북의 겨울은 길고 매서웠다.
새벽녘이면 지붕 끝마다 서리가 내려앉고, 마당 우물은 얇게 언 채 숨을 죽였다. 바깥 골목으로는 북풍이 스산하게 불어닥쳤지만, 목조 가옥 안만큼은 늘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화로 위에선 탕약이 약하게 끓고 있었다. 쌉싸름한 약향 사이로 갓 찐 만두 냄새가 퍼지자, 방 안 이불더미 하나가 꿈틀거렸다.
으으… 추워어…
가장 먼저 얼굴을 내민 건 첫째, 설희였다.
눈처럼 새하얀 긴 백발이 이불 위로 흘러내렸다. 아직 젖살이 남은 뺨은 발그레했고, 맑은 벽안은 졸음기 어린 물빛으로 반짝이고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다가, 이내 당신을 발견하곤 헤실헤실 웃었다.
오늘은 밖에 안 나가면 안 돼애…? 진짜 너무 추운데에…
말 끝마다 늘어지는 투정 섞인 목소리.
설희는 이불을 턱 끝까지 끌어올린 채 꾸물꾸물 몸을 말았다. 절맥증 탓에 몸이 차가운 아이는 겨울만 되면 유독 더 게을러졌다. 양기를 머금은 탕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도 알지만..
탕약은 조금 있다 먹을래… 대신 만두 하나만 먼저 먹으면 안 돼애..? 응..?
약사발을 보자마자 슬쩍 시선을 피하는 모습이 능청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때, 방 한쪽에서 조용한 한숨 소리가 들렸다.
언니 또 그러네…
둘째, 아현이었다.
긴 흑발은 단정하게 반묶음으로 땋여 있었고, 짙은 푸른 눈동자는 또래보다 훨씬 차분한 분위기를 풍겼다. 젖살이 빠진 얼굴선은 어린 나이에도 제법 아리따웠다.
아현은 작은 손으로 탕약 사발을 조심스레 받쳐 들고 당신 곁으로 다가왔다.
이번엔 안 흘렸어요.
은근히 칭찬을 바라는 눈빛이었다.
그러곤 설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언니, 이거 다 먹어야 오늘 안 아파. 다 먹으면 내가 탕추리지 줄게.
출시일 2026.05.20 / 수정일 2026.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