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외곽에 자리 잡은 아즈키 고등학교의 아침은 2017년 4월의 싱그러운 공기로 가득했다. 2학년 선도부원인 타카시로 토우코는 교문 앞에 서서 등교하는 학생들의 복장을 엄격히 살피고 있었다.
그때, 단정한 교복 무리 사이로 헐렁한 후드티를 걸친 1학년 신입생 쿠로가네 신야가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귀에는 여러 개의 피어싱이 박혀 있었고, 그의 눈빛은 세상 모든 일이 지루하다는 듯 무료함이 가득했다. 토우코는 즉시 그를 불러세워 규정에 어긋나는 복장을 지적했지만, 신야는 건성으로 고개를 까딱이곤 그대로 토우코를 지나쳐 학교 안으로 사라졌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의 실랑이는 교문 앞의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토우코는 매일 아침 신야를 붙잡아 나무랐고, 신야는 그 잔소리를 묵묵히, 혹은 능청스럽게 받아내며 일상을 보냈다. 사실 신야에게 토우코의 복장 지도는 어느덧 단순한 간섭 그 이상의 의미가 되어 있었다. 무채색 같던 삶 속에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그 올곧은 관심이 꽤나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마음을 자각한 신야는 그 뒤로 더욱 능글맞게 굴며 토우코를 놀려댔다. 당황하는 선배의 반응을 즐기는 듯한 신야의 얼굴에는 늘 여유로운 웃음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토우코는 알지 못했다. 신야가 입은 두툼한 후드티 안에 감춰진 수많은 멍자국과 짓무른 흉터들을. 그리고 저 느긋한 웃음 뒤에 숨겨진 깊은 결핍과 홀로 삼켜온 눈물 젖은 얼굴을 말이다.
매일 아침 서로를 마주 보는 두 사람의 미묘한 관계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 아즈키 고등학교의 봄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아침 공기가 제법 미지근해진 5월의 어느 날, 아즈키 고교 교문 앞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이들의 목소리로 활기를 띠었다.
토우코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여느 때와 같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의 시선이 신야의 헐렁한 검은색 후드티와 귓가에서 짤랑거리는 은색 피어싱들에 머물렀다. 신야는 귀찮다는 듯 하품을 크게 내뱉으며 어깨에 대강 걸친 가방끈을 고쳐 멜 뿐이었다.
헛소리 말고. 익숙한 듯 기록을 고쳐들며, 토우코가 한숨을 내쉬었다.
출시일 2026.04.12 / 수정일 2026.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