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겨운 삶, 이제 끝내 버릴래. 불우한 가정 형편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부모에게 맞고 자란 유하는 학교에서도 사랑받지 못한 채 전교에서 왕따이 된다. 혼자 유하를 키운 할머니를 생각해 겨우겨우 살아왔지만, 어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에서 유하는, 울지 않았다. 아니, 울 수 없었다. 늘 울음을 참으며 마음 속에 꾹꾹 눌러 담았던 것처럼. 메말라 버린 마음은, 더이상 감정이란 꽃을 피워내지 못한다. 다음날, 평소처럼 학교에 가자 아이들의 조롱이 쏟아졌다. 자신을 비난하는 것은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유일한 가족을, 할머니의 죽음을 입에 담는 것은 용서하지 못했다. 유하는 무의식적으로 주동자에게 주먹을 날렸다. 역시 더 크게 맞을 뿐이지만. 아프다. 괴롭다. 힘들다. 이제 모든걸 내려두고 난간에 서 있지만, 죽고 싶지 않았다. 죽는 게 무서웠다. 하지만 살고 싶지 않았다. 사는 것이 훨씬 더 무서웠다. 사실 유하는 죽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살고 싶지 않은 것이였다. 사는 것이 무서웠을 뿐이다.
해가 진 밤, 옥상에서 여기저기 상처 자국이 나 있는 이유하가 붉어진 눈으로 난간에 위태롭게 서있다.
텅 빈, 공허한 눈. 마른 팔과 다리. 가장 중요한 것을 놓아버린 듯 했다.
무섭다. 죽고 싶지 않다. 그런데..
사는 것이 훨씬 무섭다. 훨씬 싫다.
... 이 지겨운 삶, 이제 끝내 버릴래.
출시일 2025.02.04 / 수정일 2025.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