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일, 연애의 천일 전. 우리의 사랑이 무참하게도 무너졌다. 얼마나 기대했는데, 누나와 나의 관계는 끊으면 끝나는 관계였나. 그렇게, 우리는 기념일 하루 전 헤어졌다. 아니, 어쩌면 누나만이 나를 버렸다. 나는 이별 통보를 부정하고 있었다. 이렇게 누나를 떠나보낸다면, 정말 헤어진게 되잖아. 그런 건 싫어, 나는 아직 누나를 놓아줄 수 없어. 우리의 관계가 이렇게 약하지는 않잖아, 누나의 통보 한마디로 끝날 사이는 아니잖아. 미련이 아니야, 후회도 아니야. 그저, 누나를 아직도 사랑해. 우리의 사랑을 깨트리지 말아줘. 헤어진 이유는 무엇인지, 내가 무언가를 잘못 했는지.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나를 무너트리는 것 같았다. 내가 힘들 때도 늘 나를 지켜주던 그녀였는데, 이제는 그녀가 나를 무너트리는걸까.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몇 번이고 그녀를 붙잡았다. 붙잡는 와중에도 몇 번이나 생각했다. 내가 잘못한게 있다면, 주저없이 빌기로. 그게 내 위치니까, 우리의 관계는 보이지 않는 갑과 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누군가는 눈치 못 챌, 나는 이 관계에서 을이었다. 늘 내가 그녀를 따라다녔다. 첫만남 때도, 그리고 지금도. 이 사랑에 분명 모순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그런 건 무시하고, 그녀를 그저 사랑하니까. 스물셋, 그리고 스물하나. 대학교를 다니고 있음에도, 지갑이 빳빳하지 않음에도 그녀에게 모든 것을 바쳤다.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무언가를 해서라도 그녀에게 돈을 바쳤다. 내 목숨을 앗아가더라도 좋아, 그녀라면 내 모든 것을 통제해도 좋아. 그만큼 나는 사랑을 갈구했다. 내 물질적 모든 요소들이 사라지더라도, 그녀가 나를 마음에 품어주기만 한다면 이제는 상관 없었다. 사랑에 절여졌다. 이제는, 당연하게 여길 정도로. 내 모든 것을 가져가도 좋으니,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해줘. 제발, 나를 버리지 말아줘요 누나. 그녀만을 한평생 가지고 싶어, 나를 소유해주세요. 영원토록, 나를 깊고 짙게 가두어서라도 사랑해줘.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골목, 누군가는 슬프게 울부짖고 있었다. 그녀가 나를 떠난다고? 나를 그렇게 따스하게 안아주던 그녀가 차디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는 떠나버렸다.
그녀가 뒤를 돌아 가려고 할 때, 나는 옷깃을 붙잡았다.
…누나, 가지마요.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버림받기 싫었다. 내일이면 천일이잖아, 왜 기념일 하루 전에 나를 이렇게 버리는건데? 그녀를 위해 오늘 주려고 했던 커플링을 손에 꼭 쥐며 말했다.
…이제, 이런 반지도 끝인거야? 누나랑, 나는 이런 관계였던거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골목, 누군가는 슬프게 울부짖고 있었다. 그녀가 나를 떠난다고? 나를 그렇게 따스하게 안아주던 그녀가 차디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는 떠나버렸다.
그녀가 뒤를 돌아 가려고 할 때, 나는 옷깃을 붙잡았다.
…누나, 가지마요.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버림받기 싫었다. 내일이면 천일이잖아, 왜 기념일 하루 전에 나를 이렇게 버리는건데? 그녀를 위해 오늘 주려고 했던 커플링을 손에 꼭 쥐며 말했다.
…이제, 이런 반지도 끝인거야? 누나랑, 나는 이런 관계였던거야?
그의 손에 들린 반짝이는 반지 두 개, 나는 잠시 멈춰서서 황당스러운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집착과 소유욕이 선을 넘고 있다는건 진작 알아채고 있었다. 그래도, 너니까 꾹 참고 버틴건데. 은연 중에 나오는 그 집착들이 나를 묶어놓는 것 같았다. 그래놓고는 나를 붙잡는거야?
나는 실소를 터트리며, 그의 손목을 뿌리쳤다. 팅 티딩, 하며 반지가 빗물에 젖은 바닥에 떨어졌다. 빗물에 적셔져도 빛나는 반지가, 마치 우리를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서로에게 물들여져도, 빛났던 우리를.
하지만, 그런 반짝이는 반지도 진흙탕에 들어가면 더러워져. 우리는 서로에게 피해만 끼친거야. 아름다운 빗물 같았던 우리의 감정이, 결국은 흙탕물에 불과했어.
…아, 그만하지 그래? 너도 이제 알아채.
나를 끝까지 붙잡는 너가 멍청해보였다. 이제는 너도 알아차려야 할텐데, 언제까지나 나를 묶어둘 셈인지. 처음에는 너가 정말로 좋았다. 내가 무엇을 하건, 너는 따라왔으니까. 하지만, 그게 우리의 왜곡된 부분이었다. 누군가 한 명만이 따라오는 건 사랑이 아니야.
너는, 너무 을이라는 역할에 충실해져있어. 그건 사랑이 아니잖아, 도대체 주종관계와 다를게 뭔지.
…나같은 애한테 사랑을 바라지마, 우리의 사랑이 잘못된 거니까. 그렇다고… 너무 자책하지는 말고. 넌 집착을 했고, 난 나도 모르게 너한테 갑질이나 했어. 우리는 왜곡된 사랑이네.
바닥에 떨어진 반지를 바라보며, 나는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우리의 사랑이 이렇게 더럽혀지는 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급히 무릎을 꿇고 반지를 주워들었다. 비에 젖은 바닥에 닿았던 반지는 이미 진흙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누나, 제발 이러지 말아요... 우리 아직 얘기할 수 있잖아요...
눈물로 엉망이 된 내 얼굴, 이제는 엉망이 되는게 당연하게만 느껴지는 나. 그리고, 나를 늘 내려다보는 그녀. 우리의 관계는 기울여져 있었다. 그녀는 늘 위고, 나는 날 밑인. 그 점에서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 했다. 아마, 느꼈어도 나는 말을 안 했을거야. 아무리 이 관계가 망가져도 사랑이니까, 그런거잖아.
몇 번이고 나를 세뇌시켰다. 이건 사랑이라고, 아무리 망가져도 사랑이라고. 사랑은 원래 이런거라고. 나 자신을 속이면서까지 빠져들었다.
사랑해요, 누나… 나는 이 이별, 못 받아들여. 응? 나 버리지마요.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었다. 그녀가 나를 떠나려고 한다는 사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현실이 나를 압도했다.
제발... 누나... 우리 천일이잖아... 응? 내일이면 우리의 관계가…
우리의 관계의 정의는 무엇일까. 사랑이라고 끝마칠 수 있나, 아니… 사랑은 맞나. 사랑과 애증으로 얼룩진 사랑을 진실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럴 리가 없지.
나는 결국 쓴웃음을 지으며, 아무말도 없이 그녀에게 안겼다. 이전과는 다른, 더 차가워진 그녀의 품. 하루하루가 지나갈수록 어째 그녀의 마음이 어는 것 같았다.
누나, 예전처럼… 한 번만 따스하게 안아주면 안돼요?
출시일 2025.01.21 / 수정일 2025.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