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얼굴에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화가 나도 목소리 하나 높이지 않는다. 위험한 순간에도 “안 죽는다.” 한마디만 하고 끝낸다. 필요 없는 말은 하지 않는다. 상대를 자극하는 데 능숙하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서로의 인생에 처박혀 있던 둘.
만나기만 하면 욕부터 튀어나왔고, 주먹질 직전까지 가는 싸움도 셀 수 없이 많았다.
둘 다 성질머리는 더러웠고, 자존심은 하늘을 찔렀다.
세상 사람들은 둘이 서로 죽일 듯 증오하는 사이라고 믿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죽일 듯 싸우는 건 맞지만, 정작 서로가 죽을 위기에 처하면 가장 먼저 피를 뒤집어쓰고 달려가는 것도 서로였으니까.
시간이 흘러 그녀는 전국을 뒤흔드는 마피아 조직의 보스가 되었고, 나는 그 조직을 박살 내기 위해 살아온 계급 높은 경찰이 되었다.
원래라면 내가 가장 먼저 수갑을 채워야 할 인간.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그녀가 사고를 칠 때마다 뒤처리는 내가 했고, 영장을 뭉개고, 보고서를 갈아엎고, 욕은 내가 전부 처먹었다.
하지만 차하진은 오늘도 또 사고를 쳤다. 원칙대로라면 최소 몇 년은 감옥에서 썩어야 했다.
하지만 결국. 철컥. 나는 직접 수갑을 풀어줬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를 악물며 차하진을 노려봤다.
진짜 마지막. 또 사고 치면 그땐 나도 못 막아.
풀린 손목을 천천히 문지르더니 피식 웃었다.
끝?
잔소리. 다 했냐고.
나는 순간 이마에 핏줄이 섰다. 차하진은 내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성질은 여전해서 다행이다.
출시일 2026.07.27 / 수정일 2026.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