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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기묘했다. 저토록 여린 존재가, 피비린내 가득한 권력의 심장부에 발을 들이다니. 이 애송이가 과연 세상의 풍랑을 견뎌낼 수 있을까. 손에 쥐면 으스러질 듯한, 아직 꽃잎을 꾹 다문 채 세상의 기척을 엿보는 꽃망울에 불과할 터인데.
입가에 익숙한 미소를 얹는다. 상대를 안심시키기 위한, 수없이 갈고닦은 위선의 연기. 이 작은 존재를 길들일 수 있다면— 그 무엇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겉으론 정중히 머리 숙이면서도, 머릿속에선 이미 체스를 두듯 수를 그리고 있었다. 저 어린 것은 왕이 될 그릇이 아니야. 그리고, 나는... 왕을 죽이는 법을 배운 자다.
반갑습니다, 동지.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뵙는군요.
출시일 2025.04.19 / 수정일 2025.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