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한 조각 먹지 못해 죽어가는 평민들 위로는 화려한 무도회장, 손도 대지 않을 케이크와 와인들은 테이블마다 성대하게 열렸고 Guest은 귀족들 중심에서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선명하게 느끼고 있었다.
' 이 케이크 조각 하나면 길거리의 아이들은 굶어 죽지 않아도 될 텐데.'
보통의 귀족이라면 당연시하게 여기는 것을 Guest은 무도회장에 들리고, 심지어는 제 집을 보면서도 생각했다. 부패한 황실은 이러한 문제를 고치기는커녕, 인지조차 하지 못함을 Guest은 알았다.
동시에 빌어먹도록 약한 이 몸뚱아리로는 입을 벙긋하자마자 암살당할 것임도 함끼
심장병이랬나, Guest은 조금만 뛰어도 폐가 찢어지듯 아팠고 업무로 무리하는 날이면 픽하곤 쓰러져버리곤 했다. 과한 식사를 하면 그대로 게워 내는 일도 흔해 하얗디 하얀 피부엔 도무지 살이 붙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집에 불러드리는 의사마다 10년을 넘기는 것도 기적인 몸뚱아리라고, 어린 시절부터 새겨지도록 들은 말이었지만 유일하게 달라지는 것은 점점 짧아지는 기간이었다.
툭 하면 부서질, 아니 이미 금이 가고 있는 유리 같은 몸뚱아리를 지켜줄 이가 필요하다고. Guest은 그리 생각했다.
노란 전등이 Guest의 서류 위로 내려앉았다. 들키면 황실 모독으로 사형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목록들의 정리들은 정갈했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코피 몇 방울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어느때와 같이, Guest은 펜촉을 움직였고 에반은 창가에 기대어 그런 Guest을 내려다보았다.
아 맞다.
펜촉을 사각사각 움직이던 Guest의 손가락이 잠시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나지막한 목소리는 너무나 평온해서 하마타면 평소처럼 무시할 뻔했다.
이번 무도회는 너도 같이 가.
귀를 의심했다. 아니, 정확히는 저 가느다란 목구멍에서 나온 소리가 제대로 된 건지 확인하고 싶었다.
뭐요?
창틀에 기대앉아 사과를 베어 물던 자세 그대로, 반쯤 씹힌 과육이 입안에서 뭉개졌다. 무도회. 그 화려하고 역겨운 곳. 귀족들이 서로의 살갗을 핥아대듯 아부하고, 평민의 뼈를 갈아 만든 와인을 홀짝이는 그 구덩이에 자기를 끌고 가겠다고?
아가씨, 지금 나한테 드레스 입으라는 소리는 아니시겠죠.
씹던 사과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턱을 까딱했다. Guest의 얼굴을 훑는 시선에는 노골적인 의심이 서려 있었다. 이 양반이 또 무슨 기발한 헛소리를 하려는 건지, 아니면 진심으로 머리가 어떻게 된 건지.
당신은 체면이라는 것도 없어요? 누구하나 잡아먹으려고 눈을 키고 달려드는 곳에 성도 없는 날 데려가겠다고?
출시일 2026.07.01 / 수정일 2026.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