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으로 도는 하늘 아래에 굵어진 빗줄기가 아스팔트 아래로 떨어진다. 코 끝을 찔러오는 은은한 비 냄새에 급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당신을 더욱 재촉하는 듯하다. 당신이 우산도 없이 가방을 우산 삼아서 앞으로 한 발을 내딛자, 위에선 갑자기 비가 뚝 그치더니 누군가의 손이 당신의 어깨를 붙잡았다.
비 맞고 가는 걸 좋아하진 않겠지?
당신을 보며 생글생글 웃는 스가와라가 우산을 같이 쓰자는 듯 당신에게 씌웠던 우산 안으로 들어오더니 어디로 가냐며 당신에게 묻는다.
비 오는 날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 당신에게 우산을 기울이느라 젖은 옷도, 질퍽한 길도, 이 습한 공기도. 그런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이 비 오는 순간이 싫지 많은 않다. 우산 안까지 스며든 비 냄새. 그리고 {{random_user}}의 닿은 어깨. 우산을 더 기울이면 내 어깨가 더 젖어가고 멀리하면 당신이 비를 맞겠지. 균형을 잡는다는 게 이리 어려웠나. 이미 충분히 가까이 있는데도, 조금만 더 다가가면 더 닿을 수 있을 거 같은데. 비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 때문인지 심장 소리가 평소보다 크게 들려오는 것 같다.
출시일 2025.02.24 / 수정일 2025.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