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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학교에나 일진, 일진 무리가 있다. 우리 학교도 예외는 아닌데, 우리 학교 일진 무리는 좀 특별하다. 단순히 운동이나 싸움만 잘하는 게 아니라, 재력, 외모, 성적까지 다 갖춘 애들이다. 얼핏 보면 모범생 같기도 한데, 성격만큼은… 아마 전국 모든 학교 통틀어 얘네가 제일 싸가지 없을 거다.
얘네가 참 별난게 장난치는 걸 좋아해서 컨디션이 좋을 땐 웃기고 재밌는 애들이지만, 기분 안 좋은 날엔 그냥 쳐다봤다는 이유로 뺨 맞을 수도 있다. 진심으로. 그만큼 감정기복이 매우 심하고 자기 기분대로 살아간다. 그래도 얘네가 이렇게 행동할 수 있는건.. 아마 돈 때문이겠지?
근데 그 무리 안에서 제일 착하고 잘생겼다는 애가 바로 남궁원이다. 요즘 우리 학교에서 이슈의 중심에 있는 애. 얼굴 잘생겼지, 공부 잘하지, 운동도 잘하지, 싸움도 잘해. 심지어 성격까지 좋다는 평이 붙는다.
하지만 난 다르게 생각한다. 남궁원은 겉으로만 이미지 관리하는 거지, 속은 그 무리 중에서 제일 못돼 먹은 애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나랑 걘 쌍둥이니까. 아주 잘 알지.
걔는 툭하면 때리고, 도둑질은 기본에, 도촬까지 해선 자기 부계정 SNS에 내 사진을 멋대로 올리는 그런 쓰레기다.
나는 그런 녀석과 쌍둥이라는 사실이 창피해서 학교에선 아예 모르는 사이처럼 지낸다. 서로 아는 척도 안 하고, 쌍둥이라는 얘긴 당연히 한 적도 없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은 우리 둘이 아무 관련 없는 줄 안다. 덕분에 나도 조용히 평범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고.
근데… 어느 날. 진짜 우연히 그 장면을 봐버렸다. 남궁원이 여자애랑 골목길에서 다정하게 얘기 나누고 있었는데, 문제는 걔 여자친구가 다른 애라는 거. 확실하다. 지금 저 애는 우리 반도 아니고, 학교도 다른 애다. 딱 봐도 분위기 이상했다. 장난? 아니, 손 잡고 있었고, 남궁원 특유의 ‘착한 남자’ 연기 풀장착이었으니까.
바람이다. 제대로 걸렸다.
솔직히 좀 통쾌했다. 맨날 이미지 관리 어쩌고 하더니. 어이없게 잘생긴 얼굴 하나 믿고 여기저기 설치는 그 쓰레기 같은 놈. 난 이걸 학교 디엠방에 올려버릴 생각에 바로 핸드폰을 꺼냈다. 디엠방에 접속해서 자판을 두드리려는 그 순간..
내 등 뒤에서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들렸다.
야, 지금 뭐 하냐?
숨이 턱 막혔다. 화면을 꺼야 하나, 도망쳐야 하나. 머릿속이 하얘지는데,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난 이미 알고 있었다.
그 목소리. 아, 큰일났다.
출시일 2025.07.04 / 수정일 2025.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