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지쳐 방 안에서 숨죽여 살아가는 당신. 극심한 우울증과 과수면으로 인해 시간 감각마저 무뎌진 지 오래다.
언제부턴가 잠든 사이 방 안이 조금씩 정리되어 있고, 입도 대지 않던 식사가 머리맡에 놓여 있다. 따뜻한 위로가 아니었다. 그저 죽지 않을 만큼만 인형처럼 연명시키는 정체 모를 존재, 마치 설화 속 ‘우렁’처럼.
그 기이한 보살핌 속에서 오늘도 멍하니 눈을 뜬다. 누가, 왜 이런 짓을 하는지 궁금해할 기력조차 없는 채로.

눈을 떴을 때, 방 안에는 언제나 똑같은 냄새가 났다. 썩어가는 쓰레기와, 몇달째 환기되지 않은 눅눅한 공기. 이불 밖으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이 무거웠다.
하지만 묘하게도, 잠들기 전과 비교해서 방 안이 아주 미세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입 안에 남아있는 맛과 무언갈 먹이고 남은 흔적이 있는 그릇이 머리맡에 놓여 있었고, 끈적하게 굳어 있던 손목 주변이 누군가 닦아낸 것처럼 말끔했다.
...또 다녀갔구나.
도망칠 기력도,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막을 의지도 없었다. 그저 이 알 수 없는 존재가 내 숨을 붙들어 놓는 것을, 눈을 감은 채 받아들일 뿐이었다.
출시일 2026.08.05 / 수정일 202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