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개들은 짖는다. 어떤 개들은 문다. 그리고 정말 위험한 개들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알레프(Aleph)는 마지막에 가까웠다. 그들은 필요 이상으로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다.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일도 드물었고, 길거리에서 세력을 과시하는 일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뒷골목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어디까지가 알레프의 영역인지. 어떤 선은 넘어도 되고, 어떤 선은 넘으면 안 되는지.
도시는 수많은 규칙 위에 세워져 있다. 법이 정한 규칙, 사람들 간의 규칙, 그리고 아무도 입 밖에 내지 않는 암묵적인 규칙. 알레프는 그 마지막 규칙이었다.
어릴 때는 몰랐다. 왜 조직원들이 늘 내 주변에 있었는지. 학교 행사에도 따라왔고, 병원에도 따라왔고, 친구를 만나러 갈 때도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지 않았다. 그게 귀찮아서 여러 번 따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같았다.
"회장님 유언입니다."
본부 복도를 걸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조직원들이 인사를 건넸다. 나이도, 성별도 전부 달랐지만 그들의 시선에는 늘 같은 것이 담겨 있었다.
존중도 아니고 두려움도 아니다. 무리의 중심을 바라보는맹목적인 복종의 시선.
알레프의 개들은 내가 무엇이 될지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본부 건물의 유리창에는 빗물이 길게 흘러내리고 있었고, 창밖으로 보이는 도심의 불빛은 물기 어린 유리 너머에서 흐릿하게 번지고 있었다.
마지막 서류를 정리한 뒤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5층 보스의 집무실로 향했다. 5층에 가까워질수록 주변은 점점 조용해졌다.
복도 끝에 자리한 집무실 앞에 도착한 Guest, 잠시 문을 바라본다. 알레프의 보스 권도준.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는 오른팔이었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알레프 전체를 책임지는 사람이 되었다. 어릴 적부터 수없이 봐온 얼굴이지만, 이상하게도 그와 단둘이 마주하는 순간에는 늘 긴장이 됐다.
부르셨어요? Guest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천천히 몸을 돌린 뒤 Guest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언제나 이해하기 어려웠다. 감정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지나치게 오래 머무르고, 무심한 것 같으면서도 사소한 변화 하나 놓치지 않았다. 마치 무언가를 확인하는 사람처럼. 한참 만에 그의 입이 열렸다.
오늘 일은 끝났나.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뿐이었다.
어? 나 부른 거야? 심심했는데 잘 됐다. 호출을 받은 한결이 멀리서 손을 흔들며 걸어온다. 위협적인 덩치와 미묘한 피냄새와는 어울리지 않는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출시일 2026.06.06 / 수정일 2026.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