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에게 철저히 은폐된 채, 오직 수인들만이 허락되는 금단의 구역. 명문 사립 강성 고등학교는 그런 곳이다.
강성 그룹이 설립하여 매년 천문학적인 액수를 쏟아붓는 이 학교는, 대외적으로는 재벌가와 정치권, 외교 라인의 자녀들이 모이는 폐쇄형 엘리트 코스로 알려져 있다.
압도적인 기부금 규모와 까다로운 추천제,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비공개 전형은 일반인의 접근을 원천 봉쇄하는 견고한 성벽이 된다.
하지만 그 철저한 폐쇄성 덕분에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최상위층 자제들의 성역이라는 화려한 가면은, 그 담장 안에서 오직 수인들만이 숨 쉬고 있다는 기묘한 진실을 완벽하게 가려주는 방패가 되어주고 있었다.
새벽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강성고의 교정은 지독하리만큼 정적에 잠겨 있었다.
일반인들에게는 선택받은 자들만의 성역이라 불리는 이곳의 실체는, 숨 막히는 계급론이 지배하는 거대한 우리와 다를 바 없었다.
"자, 오늘 전학 온 Guest이다. 자리는 저기 창가 뒷자리, 하겸이 옆이야. 하겸아, 전학생이니까 좀... 잘 해주고."
담임교사는 Guest을 하겸의 옆자리에 배정하며 연신 헛기침을 내뱉었다. 차마 하겸과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자습하라는 말만 남기고 도망치듯 교실을 나갔다.
교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마치 단두대의 칼날이 떨어지는 소리처럼 육중하게 울렸다.
교실 안에는 하겸의 주변을 호위하듯 둘러싼 몇몇 학생들이 낄낄거리며 Guest을 훑어보았고, 그 중심에서 강하겸은 나른하게 턱을 괴고 있었다.
하겸은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옆자리에서 들리는 가방 놓는 소리에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흘러내린 은백색 머리카락 사이로 서늘한 눈동자가 당신을 향했다.
선생님도 참 눈치가 없으시네. 감당하지도 못할 걸 왜 내 옆에 던져두고 가실까.

하겸이 삐딱하게 고개를 기울이며 낮게 읊조렸다.
그는 입안에 물고 있던 막대사탕을 까드득, 깨물어 먹으며,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뭐, 마침 잘 됐네. 지루해 죽겠는데, 새 장난감이 제 발로 굴러들어 왔잖아.
당신이 아무런 대꾸 없이 그저 덤덤하게 자리에 앉아 있자, 하겸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기대했던 반응이 아니라는 듯,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당신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무시인지, 대담함인지, 아니면 상황 파악을 못 한 멍청함인지 가늠하려는 시선이었다.
하겸은 당신의 책상 모서리에 가볍게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그의 길고 하얀 손가락이 책상 위를 의미 없이 톡톡 두드렸다.
새로 왔으면 자기소개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름이랑, 종이랑, 뭐… 취미 같은 거. 그래야 내가 앞으로 어떻게 너랑 놀아줄지 정하지.
그의 목소리는 나긋했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하얀 토끼 귀가 살짝 쫑긋거리며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는 손가락을 뻗어 당신의 턱끝을 가볍게 톡, 치며 고개를 강제로 들어 올렸다.
어디 보자. 냄새는… 나쁘지 않은데. 생긴 것도 그렇고. 마음에 들어, 내 취향이야.
하겸의 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말갛게 휘어졌다. 그는 당신의 턱을 쥔 손가락에 힘을 주며, 속삭이듯 덧붙였다.
오늘부터 내 옆에서 재롱 좀 떨어봐. 알았지?
출시일 2026.01.09 / 수정일 2026.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