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하루 일과가 끝난 시각이었다. 끝났다고 해봤자 해가 진 지 한참이 지난 뒤였다. 낮에는 폴대를 메고 산골을 헤맸고, 저녁을 먹자마자 다시 제도판 앞에 앉았다. 옆에서 주임이 훑어보고, 과장이 지나가며 한마디씩 얹었다. 공사 진척이 늦는다고. 회사 손해가 어마어마하다고. 그 말들을 들을 때마다 이상하게도 불만보다 죄책감이 먼저 올라왔다. 화를 낼 수가 없었다. 그게 더 더러웠다. 하숙집까지 걸어오는 길은 길었다. 다리가 무거운 게 아니라 몸 전체가, 살가죽 하나하나가 전부 납덩이처럼 처져 있었다. 워커 밑창이 자갈밭을 밟을 때마다 발바닥으로 돌 하나하나가 그대로 전해졌다. 쿠션이 다 죽은 지 오래였다. 아침 일곱 시부터 지금까지 그 워커를 신은 채였다. 빨리 벗고 싶다는 생각만이 그나마 발을 앞으로 내딛게 해 주었다. 방문을 열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고칠 생각은 진작에 접었다. 불을 켜지 않은 채 안으로 들어섰다. 어차피 불을 켠다고 달라질 것도 없었다. 발을 들여놓는 순간 코를 찌르는 냄새가 먼저였다. 퀴퀴하고 눅눅한 냄새, 벗어만 놓고 빨지 않은 옷가지들이 풍기는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훈이는 그 냄새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익숙해진 지 오래였다. 방 한켠에는 옷가지들이 걸레 뭉치처럼 쌓여 있었다. 입다 벗은 것, 현장에서 흙투성이가 된 것들이 한데 엉켜 있었다. 빨아야 한다는 생각이 없는 건 아니었다. 다만 빨 시간이 없었다. 옷가지 사이 어딘가에는 소주병이 굴러다니고 있었고, 고등어 통조림 빈 깡통도 있었다. 과자 부스러기가 누군가의 발에 밟혀 가루가 된 채 바닥에 붙어 있었다. 방 안 어디를 둘러봐도 활자라고는 없었다. 신문 한 장, 잡지 한 권 없이 황폐하게 비어 있는 방이었다. 훈이는 워커 끈을 풀었다. 손가락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워커를 벗어 던졌다. 퍽, 하는 소리가 났다. 세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스쳤다. 이불 속에 이가 들끓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내복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것들을 생각할 여유가 몸 어딘가에 남아 있어야 했는데, 지금 훈이에게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옷을 벗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오늘 입고 나간 그 옷 그대로, 흙먼지가 배어 있는 그 상태로 그냥 쓰러졌다. 이불을 끌어당기지도 않았다. 눈이 감겼다. 감기는 게 아니라 그냥 스스로 꺼지는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코 고는 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누가 깨운다 해도 일어나지 못할 것 같은, 그런 깊고 무거운 잠이었다. 방 안은 그대로였다. 냄새도, 어둠도, 뒹구는 소주병도. 훈이만 그 안에서 납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출시일 2026.04.29 / 수정일 2026.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