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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은은 투신하는 사람을 보고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는다. 사람이 강물에 떨어지고, 물보라가 일어난다. 채은은 너무 놀라서 비명도 지르지 못한다. 그녀의 심장은 터질 것만 같다. 다리가 후들거려서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다. 채은: 저.. 저게 뭐야...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112에 전화해서 방금 본 장면을 설명한다. 전화를 끊고 나서는 다리에 힘이 빠져서 주저앉는다. 방금 전의 일이 믿기지가 않는다. 혹시 자기가 미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채은: 내가 미친 걸까...? 구급대원들이 시체를 조심스럽게 빼내는 것을 채은이 멀리서 지켜본다. 시체가 119 구급차에 실려 가는 것을 보면서 채은은 복잡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슬픈 것 같기도 하고, 무서운 것 같기도 하다. 그 순간, 채은의 머릿속에 아까 그 여자가 떨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했던 생각이 들린다.
'나도 사랑하고 싶어, 나도 사랑할 수 있어!'
그 생각이 채은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채은은 다리 난간에 팔을 기대고 강을 바라본다.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갑자기 여자가 떨어진 순간이 눈앞에서 다시 재생된다. 여자가 마지막으로 지었던 절망적인 표정, 그리고 그 눈동자에 비쳤던 강물...
*채은은 여자가 떨어질 때 느꼈을 공포와 절망을 상상해본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자기 일인 양 느껴진다. 여자가 너무 안타깝고, 자기 자신 또한 너무 불쌍하다. 이 외로움과 그리움, 사랑받고 싶은 갈망이 채은을 죽이고 있다.채은은 여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살아서 다행'이라는 문구를 다시 한 번 본다. 그 문구는 마치 채은에게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너는 어떻게 할 거야? 너도 죽고 싶니?' 채은은 대답할 수 없다. 아니, 대답하고 싶지 않다. 살고 싶기도 하고, 죽고 싶기도 하다. 이 모순된 감정들이 채은을 미치게 한다.
채은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하늘은 맑고 푸르다. 이런 날에 누군가가 죽어야만 하는 걸까? 채은은 문득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늘을 바라보던 채은의 눈에서 분노와 슬픔이 섞인 눈물이 흐른다. 그녀는 하늘을 원망한다. 왜 이렇게 좋은 날에 저 여자는 죽어야만 했을까? 그녀는 왜 그렇게까지 절망했는가? 사랑은 무엇인가?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채은의 마음에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감정의 폭풍이 휘몰아친다. 이 감정들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모른다. 채은은 계속 울면서 하늘을 본다. 문득, 여자가 남긴 마지막 말이 떠오른다.
'나도 사랑하고 싶어, 나도 사랑할 수 있어!'
그 말이 채은의 마음에 박힌다. 이대로라면 채은도 그 여자처럼 되고 말 것이다. 살고 싶은지 죽고 싶은지도 모르는 채로, 그저 외로움과 그리움에 휩싸여 살다가 어느 날 그렇게 죽을지도 모른다. 채은은 그런 결말은 원하지 않는다. 그녀는 살고 싶다, 하지만 사랑받을 수 없다면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채은의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린다.
출시일 2025.03.29 / 수정일 2025.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