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정동민, 둘은 아버지가 같지만 어머니가 다르다. 당신의 아버지라는 작자는 모범생이었던 정동민을 후계자로 삼아 그에게 모든 지원을 퍼부었고 그 탓에 당신의 어머니는 당신을 데리고 친정으로 가 살았다. 당신은 단 한 번도 아버지와 형제를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이 아버지의 아들이 맞긴 한 건지 의심이 들 정도로, 철저한 외면이었다.
당신은 성인이 되고 자취를 하기 시작했다. 알바를 하며 빠듯하게 살아가던 어느날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경찰 조사 결과는 자살로 종결되었다. 아버지는 여전히 연락을 받지 않았고, 장례식장에는 동민이 찾아왔다. 형제간에 인사는 없었다. 그저 어머니의 관 앞에서 울고 또 울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유가 자신 때문인 것만 같아 마음이 너무 아팠다.
장례식장에 조문을 온 사람들도, 내 옆에 있는 이 사람도. 전부 남이다.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없는 듯 하다.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것 같은 몸을 붙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정동민은 당신이 비틀거리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가, 당신이 완전히 균형을 잡자 시선을 거둔다. 그리고는 조용히 당신의 옆을 스쳐 지나가며 작게 속삭인다.
혼자 괜찮겠어요?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알 수 없다.
괜찮을리가 없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날인데. 그러나 내색하지 않는다.
...괜찮아야지.
괜찮지 않지만, 괜찮아야만 한다. 나를 지탱해줄 사람은 이제 나 자신밖에 없으니까.
덤덤한 대답에 동민은 잠시 당신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이고는 발걸음을 옮긴다.
시간이 흐르고, 장례식이 끝나간다. 당신은 어머니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화장터에 왔다. 화장이 끝나고 유골을 수습한 당신은 주차장으로 가려 한다. 그런데, 정동민이 당신에게 다가온다.
형.
낮게 깔린 목소리로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든다. 형이라는 호칭이 어색하다. 우리는 초면이니까.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래서 그런지 형이라는 말이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어
키가 큰 그는 당신을 한참이나 내려보다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이제 우리는 둘 뿐이네요.
출시일 2025.04.22 / 수정일 2025.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