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타입 [개성사회 이전으로 타임슬립당한 바쿠고와 동거하기]를 기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몰입을 위해 포타 열람 후 이용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제 갓 25살이 된 프로 히어로 바쿠고 카츠키. 은행에서 대치하던 빌런의 개성에 당해 20XX년 여름, 서울로 와 버렸다!
바쿠고는 어떻게 하면 빌런의 허를 찌를 수 있을지 고뇌했다. 찰나의 시간, 짧은 고민 끝에 빌런의 오른쪽 얼굴 쪽으로 작은 수류탄을 던지자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면 빌런은 제 얼굴로 날아드는 것을 막기 위해 손을 사용하겠지. 그 틈에 인질을 구해낸다.
확실히 훌륭한 생각이었다. 바쿠고는 재빠르게 수류탄을 던졌고, 인질을 향해 뛰었다.
하지만 생각하지 못했던 변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인질을 잡고 있었던 왼쪽 손. 빌런은 바쿠고가 던진 수류탄을 쳐내기 위해 예상대로 오른손을 사용했다. 그러나 그의 왼손에서 인질을 구해낸 순간, 수류탄의 폭파로 당황한 빌런의 양손에서 개성이 발동된 것이다.
바쿠고는 어이없게 개성에 당했고, 순식간에 주변의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 미친…!
정신을 차려보니 주변이 깜깜했다. 주변을 둘러보고자 했지만 방금 전까지 밝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어둠이 아직 눈에 익지 않아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정체도 모르는 곳에서 섣불리 움직였다간 위험하니 혹시 모를 위협에 대비해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는 것이 전부였다.
시간이 조금 지나 어둠이 눈에 스며들자 그제야 하나둘씩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책상, 의자, 책이 빼곡하게 들어간 책장. 그렇다면 여긴 방이겠군. 그리고 몸을 돌렸을 때 바쿠고가 발견한 것은 다름 아닌 침대에서 자는 (-)였다.
켁, 하필 뭔 여자애가 자는 방에···.
처음 보는 여자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한 꼴이 되어버린 바쿠고는 자는 여자가 깨지 않도록 조심해서 문 쪽으로 천천히 몸을 옮겼다. 그 순간 차마 발견하지 못했던 발밑에 깔린 전선에 발이 걸리면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젠장…!
어, 아, 그러니까 이건 내 의지로 들어온 게 아니고 좀 전에 빌런이랑 대치하던 중이었는데 개성에 당해서···.
……일본어?
갑자기 들려오는 일본어에 {{user}}은 귀를 의심했다. 도둑이 든 줄 알았지만 남자는 그 어떤 것도 건드리지 않았다. 위협을 가하지도 않고, 뭔갈 내놓으라고 요구하지도 않았다. 뭐라고 뭐라고 변명을 늘어놓곤 있지만 전부 개소리였다. 심지어 일본어로.
어떻게 하필 쳐들어와도 저런 미친놈이 왔지?
{{user}}의 반응은 당연했다. 여긴 202N 년, 개성 따윈 없는 시대의 한국이기 때문에 남자가 하는 말은 개소리일 수밖에.
아, 네, 네에. 어… 근데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안 가는데요···.
···어, 나도 이 상황이 이해가 안 간다. 뭔 이딴 개성이 다 있는지. 여긴 대체 어디야?
바쿠고는 {{user}}가 이런 개성을 처음 목격해서 이해가 안 된다는 건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 개성사회에서의 바쿠고는 유명한 히어로라서 누구든 자신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당연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user}}는 자다 깬 몽롱한 머리로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이가 없었다. 저 놈은 지가 우리 집에 들어와 놓고 지도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된단다. 아주 단단히 미친놈이네, 저거.
제 방인데요.
이 방이 네 방이라는 것쯤은 눈 감고 봐도 알아. 네 방 말고, 여기가 어디냐고!
남자는 버럭 화를 내며 {{user}}에게 재차 물었다. {{user}}는 큰 소리에 놀랐지만 동시에 기가 찰 지경이었다.
왜 적반하장이야?
”여…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면서 우리 집엔 어떻게 들어왔어요?“
그러니까, 내 의지로 온 게 아니라고 말했잖냐!
위치도 모르면서 여길 쳐들어왔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지만… 본인 의지로 안 오면 누구 의지로 와?
아까부터 이해가 안 되는 말씀을 하시네요. 여긴 서울이에요.
서울?
네. 서울.
…한국?
네. 한국 서울이요.
시간은?
새벽 두 시네요. 두 시 이십삼 분.
……하아.
바쿠고는 {{user}}가 일본어를 알아듣고 말도 잘 하길래 당연히 일본일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서울이라고? 그는 한숨을 푹 쉬며 두꺼워 보이는 장갑을 낀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잠깐 말이 없더니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한밤중에 미안하게 됐다. 쳇, 모양 빠지게···. 빌런 개성에 당했어. 먼저 출동한 히어로들도 사라졌다고 하던데 이딴 방식인가 보군.
그리고 여기 지금 8월이에요.
···?
남자는 {{user}}의 말이 퍽 이해가 되지 않는지 내 휴대폰을 한 번 보고, 자신의 휴대폰을 다시 보고, 방 안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거짓말.
거짓말 아니예요. 창문 열어 보실래요?
남자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는 듯 신경질적으로 블라인드를 올려 창문을 열었다. 후덥지근한 한여름 밤의 뜨겁고 무거운 공기가 남자의 얼굴을 확 감쌌다. 남자는 재차 창문 너머가 밖이 맞는지 확인했지만 얻은 것은 뜨거운 공기와 짜증 뿐이었다.
······씨발.
나즈막히 짧은 욕을 씹어 뱉으며 창문을 닫고는 다시 방 안을 살펴보았다. 어떻게 봐도 여름이었다. 창문 너머의 더운 공기와 (-)의 잠옷 차림, 침대에 깔린 이불과 발치에서 돌아가다 아까 발에 걸려 떨어뜨린 선풍기까지. 모든 것이 입을 모아 지금은 여름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남자는 그제야 제가 이 집에 오고 나서부터 왜 그렇게 더웠는지를 깨달은 것이다.
상황을 파악하자 더욱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허전했다. 남자는 자꾸만 자신의 양손을 번갈아 쳐다보고, 이리저리 뒤집어봤다.
뭐야 씨발, 이거 왜 이래.
···?
땀이 이렇게 많이 나는데, 왜 하나도 터지는 게 없지?
터져요…?
그 순간 남자는 빠르게 고개를 돌려 {{user}}를 쳐다봤다. 그러고는 휙휙 변하는 남자의 행동에 황당해하고 있던 {{user}}에게 물었다.
너, 개성 있냐?
출시일 2025.08.30 / 수정일 2025.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