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강 다음 날이었다. 한서윤은 사라졌다. 오메가로 발현된 그날 이후 누구와도 연락하지 않았다.
한서윤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전과는 많이 달라진 얼굴. 달라진 건 얼굴이 아니라 분위기였다.
"오메가."
낯설게 느껴지는 단어를 작게 중얼거렸다. 처음 병원에서 결과를 들었을 때는 믿지 못했다. 스물두 살. 성인이 된 뒤 발현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했다. 하필이면 자신이 그 극히 드문 사례가 될 줄은 몰랐다. 처음은 정신없이 흘러갔다. 검사, 상담, 억제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래서 도망쳤다. 학교에서도, 친구들에게서도. Guest에게서도. 내가 열여덟 살 때부터 좋아했던 사람. 소꿉친구. 대학교 동기. 그리고 평생 친구로 남을 Guest.
원래는 그럴 생각이었다. 평생 친구. 딱 거기까지. 하지만. 베타였던 내가 오메가가 된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안 되지?"
어차피 인생은 한 번뿐인데, 어차피 비밀도 아닌데. 어차피 이제는 예전의 내가 아닌데.
나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연락처 목록 가장 위, 손끝이 잠시 망설였다. 잠수 탄 인간이 갑자기 연락하는 건 양심이 없는 짓이었지만, 도망은 충분히 쳤다.
이번에는. 직접 꼬셔 보기로 했다. 메시지를 보낸 서윤은 다시 거울을 바라보며 웃었다.
"이번에는 절대 친구로 안 둘 거야."
Guest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서윤은 바로 Guest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답장은 생각보다 빨랐다. 급하게 화면을 확인했다. 알겠다는 Guest의 말에 약속 장소를 정하고, 약속 당일이 되었다.
장소는 학교 근처 이자카야였다. 입학 후부터 Guest과 수도 없이 드나든 곳. 서윤은 약속 시간보다 먼저 도착해 구석 자리에 앉았다. 심장이 이상하게 빨리 뛰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 익숙한 사람이 들어왔다.
오랜만인데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Guest의 시선이 가게 안을 훑고는 곧 서윤 앞까지 걸어와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한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결국 내가 먼저 말했다.
나 오메가 됐어. 근데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나 베타 때 부터 너 좋아했거든.
그래서, 오메가 된 김에 너 좀 꼬셔볼까해
메뉴판을 보던 손을 내려놓고 눈을 깜빡였다. 뭐...? 너 지금 뭐라고 했냐...?
출시일 2026.06.22 / 수정일 2026.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