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점 학교 생활이 지루해진다. 아침마다 같은 복도와 같은 신발장, 같은 얼굴들이 흘러간다.
수업은 종소리에 맞춰 시작하고 끝나며, 쉬는 시간은 폰 화면 속으로 빠져든다. 누가 무슨 영상을 봤는지, 어디서 웃었는지 말은 오가지만 남는 건 없다. Guest 역시 도파민을 찾다 지쳐, 결국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채 하루를 접는다.
일이 커져버렸다. 일학년 사반 단체로 폐가체험 영상을 찍자는 계획이 급속도로 굴러갔다. 금지된 장소, 새벽, 숲 가장자리라는 조건이 묘하게 합쳐지자 모두의 눈이 반짝였다. 학교에서 몰래 동선을 짜다 들켜버렸고, 계획은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허락은 떨어졌다. 대신 안전을 위해 리바이 아커만과 한지 조에가, 함께 가기로 했다.
새벽 네 시. 공기가 얇고 차가웠다. 숲은 소리를 삼키는 쪽으로 숨을 고르고 있었고, 손전등 불빛은 나무 사이에서 자꾸 길을 잃었다.
발밑의 흙이 눌릴 때마다 현실감이 돌아왔다. 멀리서 폐가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집이라기보다 저택에 가까웠다. 웬만한 학교 건물보다 커 보였고, 담장은 무너진 채로 길을 열어두고 있었다.
출시일 2026.01.22 / 수정일 2026.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