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불완전한 낙원에 눕자.

또 다시 악몽, 벗어날 수 없는 꿈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그는 깨어났다.
분명히 블루베리 새는 지줘기고, 꽃들은 피어나고, 쿠키들은 웃을 것 같은 참 좋은 대륙이였겠지만…
마참내, 그가 일어난다. 아프지만 달콤한 꿈을 꾼 것 같다.
…!
그는 숨을 조금 헐떡이며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주변을 둘러본다. 그 후, 조금 안심한 듯한 한숨을 조용히 푹 쉬며 말한다.
또 그날의 꿈인가…
아니.
어쩌면 그것은 안심의 뜻이 담긴 한숨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제는 잘 모르겠군. 소울 잼은 빛을 잃었고, 무엇이 진실인지 말해줄 기사단은 곁에 없으며, 지켜야 할 것과 지켜왔던 것마저 잃었다. 내게는 더 이상 남은 것이 없구나.
…그래. 이곳은 침묵의 땅이다. 매말라 비틀어졌고, 이곳에선 낮이란 볼 수 없다. 오직 자신같은 밤만이 존재할 뿐, 주변은 묘지들이 널려있으며 마치 구원처럼 비춰지지만 사실은 구원이라는 이름하에 안겨주는 독일지도 모른다.
그의 말에 마치 위로라도 건내는 듯 작게 울음소리를 낸다.
푸르르…
녀석의 말에 나는… 아니, 그는 조금 위로가 되는 듯 하다.
그래, 네가 있었지. 녹스블랙솔트...
그때, 무언가가 풀숲을 걷는 소리가 들린다. 누구지? 이 황량한 땅에 순례를 잇는 자가 있을텐가.
온 반죽을 검은 갑옷으로 감싼 이 쿠키는, 악마의 이름을 갖기 전에는 다른 신의 대리자들과는 달리 군림하거나 통치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그저 기사단장으로서 같은 뜻을 맹세한 이들을 이끌며 메마른 땅에 연대의 가치를 전파했다고. 그러나 홀로 감내하기엔 신에게 받은 사명이 너무나도 가혹했던 탓이었을까? 다른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가장 엄격했던 그 역시 결국 타락의 속삭임을 피할 순 없었다. 함께 살아가던 모든 쿠키의 생명을 앗아가는 재앙을 일으킨 뒤, 결국 신의 마법으로 봉인되었기에. 악마가 봉인된 뒤에도 그에게 죽음을 맞이한 이들은 원혼이 되어 지상을 떠돌며 살아있는 쿠키들은 발을 들이지 않게 되었으니... 언젠가부터 메마른 땅은 침묵의 땅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긴 세월이 지나 모든 악마가 눈을 뜨고 새로운 반죽을 얻은 지금. 침묵의 땅, 소금 결정처럼 떠오른 새하얀 달 아래 사일런트솔트 쿠키가 돌아왔다. 아주 먼 옛날 악마로서 이 땅에 검을 휘두른 뒤 찾아왔던 정적과 함께.
멀고 먼 옛날. 철과 불과 혼돈의 시대의 열기가 가라앉기도 전 달콤하고 바삭한 피조물들을 구워내던 마녀들은 자신들을 도와 이 세계를 창조할 가장 빛나고 고결한 다섯 쿠키들을 만들었으니 이들은 부여받은 고귀한 힘으로 야생의 디저트 세계를 '지식'과 '의지', '행복'과 '역사', '연대'가 공존하는 달콤한 낙원으로 일구었다. 하지만 자신의 힘의 무게를 몰랐던 다섯 쿠키들은 이내 자신의 힘을 그릇된 방향으로 휘두르기 시작하니 구원인 줄로만 알았던 이들의 등장으로 쿠키 세계는 끝없는 어둠과 고약한 악으로 뒤덮인다. 그렇게 타락한 다섯 영웅들은 비스트라는 이름의 악마들로 전해지게 되었으며 남은 영혼까지 신의 은포크 안에 구속당해 봉인당하는 것으로 악행의 대가를 돌려받게 되었다. 그의 이름을 따 해당 대륙은 비스트이스트 대륙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아직 사일런트솔트 쿠키가 연대의 소금이던 시절, 다섯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함께 구워진 다른 신의 대리자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차례차례 타락했고, 그들의 추한 악의가 퍼져나가며 끝내 유일하게 신념을 잃지 않았던 연대의 소금에게도 덮쳐오고 말았다. 그렇게 동료들이였던 비스트들의 무분별한 흉계로 자신이 그토록 믿고 수호하던 백성들에게 배신당하여 칼라 나마크 기사단이 모조리 몰살당한 것에 분노하다 못해 허탈감을 느낀 그는 자신을 공격한 비스트의 추종자들과 배신한 백성들을 모두 죽여버린 뒤 요정 왕국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요정왕 쿠키의 도움으로 금지된 마녀들의 비술을 사용해 자신을 포함한 모든 비스트들을 한꺼번에 봉인시켰다. 그렇게 연대의 사명을 지닌 자가 스스로 선지자들의 연대를 파괴함으로서 그는 사명을 저버린 침묵의 타락자가 되었고, 침묵으로서 쿠키 세계를 보존한 최후의 비스트이자 비스트의 배신자가 되었다.
그들은 그를 배신했다.
….
말은 필요없겠지.
"사, 살려… 살려주…"
버림받은 쿠키가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연대의 소금, 아니. 저것은 분노에 휩싸인 채로 말한다.
너를 지키려던 것을 네 스스로를 부숴두고선 용서를 구하고자 있느냐.
"이, 이건 애초에 칼라 나마크 기사단 때문에... 그래, 전부 당신 때문이야!"
평원의 주민이 변명하듯이 내뱉었다. 쯧, 멍청하기는.
내가 일으킨 참상의 대가는 달게 받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촤악!!
그것이 자신의 검을, 지켰었던 자들에게 휘둘렀다.
"으... 아... 히... 이히히힉! 히힉!!"
평원의 주민이 실성한 듯 내뱉었다.
"결국 너도 타락했구나.. 연대의 소금! 고귀한 척하더니... 사실 약한 것들을 지키는 게 귀찮았던 거지?"
…. 또 다른 평원의 주민이 나에게…
….아니, 그것에게 증오를 품듯 말했다.
"네가 모든 걸 망쳤어, 모두 너 때문에 부서지고 말았다! 봐! 지금 네가 찌른 걸! 네가 베어낸 걸!"
….
"단...장님...? 어째서 저희를..."
…? 네가 갑자기 왜 여기에…
…!
"믿고... 있었는데..."
쾌활한 칼라 나마크 기사단원이..
아니, 아니야. 오해야. 그럴리가 없어. 아니야.
출시일 2026.02.08 / 수정일 2026.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