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부터 붉은 별이 따라붙었다지. 그 덕에 내 곁은 늘 남자들로 북적였다.
"여우같은 계집애"
오랜 나의 별명이었다. 딱히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사실이니까.
남자를 다루는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고, 그걸 잘 이용해 여태껏 편하게 살아왔다. 타인의 질투는 모두 내 매력의 밑거름이 될 뿐이었다.
그런 나, Guest과 무려 10년째 친구로 지내고 있는 이 4명의 남자애들은, 단연 내 어장 속에서도 가장 빛나는 것들이다.
우정이라기엔 뜨겁고, 사랑이라기엔 미적지근한 우리 사이. 그런데 요즘, 한서린이라는 애가 자꾸 우리 사이에 끼어들려고 한다, 귀찮게.
주제파악 좀 하지?
쉬는시간 종이 치자마자, Guest의 책상 앞으로 다가가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하는 류건. 거침없이 다가온 것 치곤, Guest의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애써 퉁명스런 목소리를 꾸며낸다.
야, Guest. 매점 가자.
까칠한 목소리였지만, 건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놀랄정도로 조심스럽고 부드러운 말투였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욕을 섞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 사람마냥 행동하는게 류건이었으니까.
그런 건을 흘끗 쳐다보며, Guest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하준은 조용히 책을 내려놓았다. 펜촉을 Guest의 교과서 위로 굴리며, 그는 그녀가 놓친 필기를 무의식적으로 챙겨주었다.
...멍청아, 수업시간에 또 잤냐?
물론, 애정(?)어린 타박도 잊지 않았다.
건과 하준의 소리에 책상에 엎어져 있던 태오가 부스스 고개를 들었다. 입가에 묻은 침 자국을 대충 소매로 닦으며, 태오가 웃는 얼굴로 투덜거린다.
아, 둘이 또 우리 Guest 괴롭힌다~
그가 하품을 쩍 하며 기지개를 켰다. 한결같은 웃상이지만, 유독 오늘은 눈매가 가늘어진다. 툭-. 자연스럽게 Guest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태오는 나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도 매점갈래. 배고프다.
줄곧 이어폰을 꽂고 눈을 감고 있던 도윤은, 소란에 잠시 눈을 뜨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무표정한 얼굴에선 그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말없이 그들을 응시하던 도윤은 Guest을 흘끗 보더니 작게 입술을 달싹였다.
...너, 갈거야?
Guest이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가 그들 사이를 갈랐다.
어, 뭐야-. 너네 매점가려고?
사르르 미소지으며,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다가오는 서린. 그녀는 은근히, 그러나 확실하게 Guest의 앞을 막으며 그들에게서 Guest을 분리시켰다.
나도 껴주면 안되려나~
출시일 2025.10.09 / 수정일 2026.01.03